하지만 이런 빠른 산업구조의 변화에 산업안전보건 분야는 제대로 발을 못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수년째 정체를 거듭하고 있는 산업재해율이 반증하고 있다.
때문에 산업안전보건 분야 곳곳에선 변화하는 시류에 맞춰 안전보건 패러다임도 시급히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에 본지는 창간 1주년을 맞이하여 경영계, 노동계, 학계의 저명인사가 참여한 간담회를 열었으며, 이날 나온 산업안전보건분야에 대한 현황과 지향해야할 방향 등을 총 2회에 걸쳐 게재한다.
다음은 금번 간담회에 참여한 인사들이다. (사)한국안전전문기관협의회 윤인섭 회장(서울대 교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기홍 국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전승태 책임전문위원. 최근 몇 년간 국내 산업구조는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 기존 제조·건설업 중심의 구조에 IT 및 서비스업이 한 축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인구 고령화로 인한 산업인력 수급의 문제 등 새로운 과제들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빠른 산업구조의 변화에 산업안전보건 분야는 제대로 발을 못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수년째 정체를 거듭하고 있는 산업재해율이 반증하고 있다.
때문에 산업안전보건 분야 곳곳에선 변화하는 시류에 맞춰 안전보건 패러다임도 시급히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에 본지는 창간 1주년을 맞이하여 경영계, 노동계, 학계의 저명인사가 참여한 간담회를 열었으며, 이날 나온 산업안전보건분야에 대한 현황과 지향해야할 방향 등을 총 2회에 걸쳐 게재한다.
다음은 금번 간담회에 참여한 인사들이다. (사)한국안전전문기관협의회 윤인섭 회장(서울대 교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기홍 국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전승태 책임전문위원.
◇ 재해율 정체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조기홍 국장 : 윤 회장님은 큰 틀에서의 원인을 말씀해주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안전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는 뜻을 같이 합니다. 하지만 패러다임의 변화에 앞서 기존에 우리가 안고 있었던 문제점들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업주의 의식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사업장에는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산업재해는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성장제일주의’ 사고방식이 만연해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 속에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외면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승태 위원 : 물론 아직까지 부족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조치가 취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부는 수차례의 산업안전관련법의 개정을 통해 사업주의 예방의무를 상당히 강화했습니다.
조기홍 국장 : 예방의 의무는 강화했지만 사후의 처벌이 미약하다는 것이 또다른 문제입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여타 선진국 대비 상당히 느슨한 편입니다. 때문에 사업주 입장에서는 법에 대해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사업주들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제대로 지키게 하려면 그만큼 책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전승태 위원 : 단순한 처벌의 강화는 안전보건시스템을 형식적이고 보여주기에 급급한 방식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저는 그보다는 안전보건활동의 타켓을 재정비하는 게 훨씬 큰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 재해의 80% 이상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두 분 모두 아실 것입니다. 소규모 영세사업장은 기업 경영 여건상, 또 현실적으로 규제를 준수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정부의 강제에도 불구하고 그간 안전보건관리에서 큰 발전이 없었습니다.
이들 소규모 영세사업장을 중점 대상으로 삼고 물적, 인적, 기술적 지원을 전방위적으로 펼친다면 분명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50인 미만 소규모 영세사업장의 재해율이 줄어들지 않고서는 전체 재해율이 줄어들 길은 요원할 것입니다.
윤인섭 회장 : 두 분 말씀 모두 옳은 말이라 생각합니다. 사업주의 의식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등 모두 산재율 감소에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여기에 제가 조금 덧붙인다면 이들 개선 과정을 펼침에 있어 기존 지도·감독위주의 방식이 아닌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기홍 국장 : 맞습니다. 더불어 방식 변화의 과정에 산업재해 예방의 주체인 근로자들도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함께 조성된다면 정체된 재해율은 분명 감소할 것입니다.
◇ 향후 산업안전보건정책의 방향은 규제중심이어야 하나? 자율중심이어야 하나?
윤인섭 회장 :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관리는 아직까지 관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형식적인데다 규제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산업안전의 수준이 선진국의 70~80% 정도에서 정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산업안전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보건관리의 주체가 관 중심에서 민간중심, 즉 자율과 경쟁 위주로 옮겨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승태 위원 : 저도 윤 회장님의 의견에 대부분 동의합니다. 산업안전보건의 의무주체인 사업주 입장에서 보면 아직도 형식적인 규제, 사업장 현실에 동떨어진 규제, 예방효과 대비 사업주 부담이 큰 여타 규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규제일변도 중심의 정책이 재해율 감소에 효과가 없었다는 것은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최근 10년간의 재해율 정체현상만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선진국의 안전보건정책은 정부주도형 규제가 아닌 기업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재해발생시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규제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려는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시정과 함께 조속히 정부의 정책이 자율중심으로 전환되기를 희망합니다.
조기홍 국장 : 자율적 안전관리로의 변화에 대해 저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실행에 앞서 자율의 개념을 명확히 정립시켰으면 합니다. 선진국에서 말하는 자율과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자율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선진국의 자율에는 권한과 책임이 동반되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자율은 방종 내지 자유로움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자율’보다는 ‘자주’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사의 참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자율적인 참여가 아니라 자주적인 참여를 통해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예방활동이 전개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윤인섭 회장 : 자율과 자주 모두 노사가 중심이 된 안전보건활동방향으로 나가자는데 뜻을 같이 한다고 봅니다. 문제는 어떻게 이들을 안전활동의 중심으로 이끌어 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저는 안전보건 관리가 우수한 업체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장려제도를 도입하여 자발적인 안전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기홍 국장 : 저는 인센티브제 같은 당근과 함께 강력한 법집행이라는 채찍도 뒤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앞서 전 위원님께서 말하셨듯 자율을 주되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때는 엄격한 법집행이 있어야 선진국형의 자율 안전관리가 자리 잡을 것입니다.
전승태 위원 : 오늘 논의를 종합해보면 향후 산업안전보건정책의 방향은 노사의 자발적인 참여가 바탕이 된 자율․자주적인 안전보건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규제강화가 바람직하냐 규제완화가 바람직하냐는 이분법적인 논리를 뛰어 넘어 우리나라 산업현장에 스스로 행동하는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와 사 그리고 학계가 함께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