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사람 잡는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
  • 승인 2013.03.27
  • 호수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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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진환 | 쌍용양회 동해공장 환경안전관리팀
우리 속담 중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라는 경고성 구절이 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이라는 뜻의 ‘설마’는 산업현장에선 특히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매사에 안전을 지키지 않고 순간순간만을 모면하면서 일하게 하는 무서운 행위의 주범인 것이다.

‘설마’는 쉽게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언뜻 보면 과신으로 넘쳐있는 대단한 기술자처럼 평가될 수도 있겠지만, 그 실체는 결국 사고뭉치로 분류되는 안일한 Fluke가 정답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듯, 설비도 언제든 오동작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설마’하는 마음가짐은 결코 실수가 아닌 명백한 재해를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책임자의 무사안일주의는 작업자를 재해자로 만들면서도 정작 사고의 주범인 자신은 교묘히 빠져나가게 하는 악질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설마’라는 단어를 머리 속에서 지워야 한다. 더불어 과신과 안일 또한 벗어버려야 한다. 과신과 안일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현으로 ‘장사 하루 이틀 하나?’라는 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하루는 커녕 반나절 만에 장사를 다 날리는 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설마는 그 누구도 안전을 장담하지 못 한다. 그리고 설마는 절대 딱 한 번만으로 끝나지 않으며, 재미를 붙이면 중독성이 되기 쉽다. 왜냐하면 설마하면서 한 번 두 번 넘어가다 보면 금새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설마는 유능한 것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산업현장에서 설마를 외치는 사람은 정말 골치 아픈 기업의 누룩이라 할 수 있다.

경고성 구절을 안일과 과신으로 묵살하고자 하는 사람은 언젠가 분명히 막장에 이르러 외통수를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징계성 처벌에 직면하게 된다. ‘내가 왕년에는’, ‘과거에도 별 탈 없었다’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은 그저 과거 무조건 산업화 시절의 잔재에 묶여있는 사람에 불과하다.

결국 이런 사람은 요즘의 일터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도 아닐뿐더러 적응자도 되지 못한다. 일례로 재해를 경험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거의 다 ‘설마 그런 일이 발생할 줄 몰랐다’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설마’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그저 재해와 그로 인한 장애다. 그나마 뒤늦게 깨우쳐 불구의 몸으로 안전제일을 강조한다고 해도 이는 사고로부터 안전을 배우는 불행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이 왕년에 안일하게 작업하다 이렇게 되었노라고 간절히 외칠지언정, 받아들이는 입장은 순간적으로만 감동할 뿐 뒤 돌아서면 씁쓸한 여운만 남아있다.

이렇듯 설마는 재해자 뿐만 아니라 그 주변인에게까지, 평생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 벌어지게 만든다. 심지어 자신과 주변 동료의 일생은 물론, 가족들의 진로까지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파장도 일으킨다. 실제 아버지가 다녔던 회사가 가족들에게 원망의 대상이 되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설마로 인한 재해는 일반 재해와도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 설마는 기업주를 속이는 직무유기이며, 아울러 이미 사고를 예측한 상태이거나 감지하고 있었던 상태이므로, 단순 과실행위가 아니라 파괴적 행위에 해당한다.

끝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설마는 중독성 세균이므로 제거하지 못 하면, 더 큰 재해를 일으킬 소지가 많다. 때문에 지금 이 순간부터 바로 설마하는 마음을 끊어야 한다. 그 단절의 조치는 강경하고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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