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식 | 충청북도 기업애로지원센터장
지난 3월 14일 발생한 여수산업단지 내 D산업 탱크 폭발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사고 소식을 들은 국민들은 가슴 아파했다. 특히 지난 19일 치러진 영결식장에서 터져 나온 “아빠 가지마”라는 외마디 절규는 온 국민의 가슴을 울렸다. 남편을 아버지를 또 자식을 한줌의 재로 떠나보낸 유족들은 한없이 오열했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도 일제히 머리 숙여 고인들의 영면을 빌었다.
아들을 먼저 보낸 노부부의 눈에서는 눈물이 마를 줄 몰랐고, 아빠의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게 웃는 아이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한편 유족들은 이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사고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소식을 접한 필자는 한동안 멍한 상태로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가 하루 속히 경제적·문화적 선진국이 되고 더불어 선진 안전국이 되기를 갈망하면서 사업장이나 기관단체에서 안전강의를 하고, 대학교 산업안전공학의 강의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던 안전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형 산업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죄책감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아 정말 언제까지 이런 아픔이 있어야 하나?’라는 자책이 마음 속에 한 가득 쌓일 뿐이다.
사실 안전사고는 예방이 최선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사고로 인한 엄청난 후유증을 겪어야 하는 고통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의 산재사망자수는 2,114명(1일 6명꼴)에 달한다. 물론 익히 알고 있듯이 한국의 산재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때문에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는 각종 불이익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공상처리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노동건강연대는 2011년 한해 산재환자가 건강의료보험으로 치료받다 적발된 건수가 무려 39만8,000여건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겠는가? 안전사고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불안전한 행동이 85%를 차지하고 작업환경, 생산설비 등의 불안전한 상태가 15%를 차지한다고 한다. 현대산업의 다양화로 인해 사업장의 안전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불안전한 행동과 불안전한 상태를 근절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차근차근 추진한다면 얼마든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무재해의 탑을 쌓고 있는 모범적인 사업장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지 않은가?
경영진을 중심으로 안전전문가의 온힘을 다하는 열정과 생산라인에 있는 관리감독자, 재해발생 시 가장 먼저 피재자가 되는 근로자 모두가 함께 사전에 위험을 인지하고, 설비의 안전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나간다면 사고는 반드시 예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만약 불안전한 상태를 알고도 시설투자에 인색한 경영진이 있다든지, 불안전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외면하고 경시하는 관리감독자가 있다든지, 안전수칙준수를 사소한 이유로 거부하는 근로자가 있는 한 안전선진국은 기대할 수가 없을 것이다.
재해없는 선진국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철저하고도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해서 온 국민이 더불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안전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억울한 피해자는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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