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건강권대책위, “의사소통 안 돼 외국인근로자 권리 묵살”
산재사고를 당한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통역서비스가 지원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부실한 산재조사의 실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부산·울산·경남지역 노동자 건강권 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 경남도청에서 ‘산재를 당한 이주노동자의 치료 받을 권리 확보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복지공단의 안일한 산재처리 실태를 지적했다.
대책위는 스리랑카 출신 외국인근로자 A(27)씨와 함께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조사과정에서 통역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 점을 비판했다. 실제로 근로복지공단 부산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공단에서 제도적으로 통역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피해자가 직접 통역자를 데리고 오면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A씨가 지난 2011년 2월 공장에서 일하던 중 크레인 고리에 얼굴을 맞아 턱이 내려앉는 부상을 당했다”며 “이때 충격으로 A씨는 정신적 장애를 겪게 돼 현재 정상적인 근무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에 대해 산재에 따른 1차 치료는 지원했지만 지난 2012년 6월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제출한 재요양 추가신청서에 대해서는 불승인했다.
이와 관련해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는 “산재조사 과정에서 외국인근로자에게 작성하라는 사고 경위서는 한글로 돼 있다”며 “이를 사업주가 대신 작성하는 때도 허다하고, 그 과정에서 ‘본인 부주의에 의한 사고’라는 말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통역 서비스를 사실상 지원하지 않아 신청·조사·요양 과정에서 외국인근로자의 주장과 권리가 묵살되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6년 외국인근로자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고자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권고안을 내기도 했다.
당시 인권위는 “외국인근로자가 경찰 조사와 재판을 받거나 지방노동사무소 등과 업무를 처리할 때 다국어로 된 안내문이 없고 통역서비스가 부족하다”며 “무료 통역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외국인근로자가 산재치료과정에서 충분히 자신의 상병 상태를 설명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과 “외국인근로자의 언어장벽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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