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대책 발표 5일만에 또 사고, 안전불감증 심각

울산 석유화학공단의 모 화학업체에서 프레온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화학물질 누출사고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3시경 울산시 남구 매암동 H업체에서 프레온가스가 누출됐다. 참고로 프레온가스는 냉장고 등의 전자제품에 냉매 가스로 활용되는 물질로 인체에 접촉할 경우 안구에 자극을 주거나 현기증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업체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재고 문제 등으로 1달간 공장을 멈춘 후 재가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가스는 대부분 프레온가스지만 0.1~0.2%가량의 클로로포름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누출량은 아직 조사 중으로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업체측은 “저농도의 클로로포름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직까지 이번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피해여부와는 별개로 사고업체의 소홀한 안전관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례로 이번 사고의 경우 정상 공정 상태가 아닌 재가동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최근 발생한 사고 형태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최근 발생한 화학사고들은 대부분 보수·정비 등 정상공정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고용부는 지난 22일 ‘중대화학사고 예방대책’을 발표하며, 보수·정비 등 비정상 작업시 각별한 주의를 기할 것을 당부했다. 그런데 대책이 발표된 지 5일만에 또 다시 화학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해당업체에서 그간 각종 사고가 다발했던 것이 알려지면서 업체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업체에서는 지난해 10월 3일 화재가 발생하면서 무색무취의 압축가스로 독성이 있는 NF3(삼불화질소)가 30∼40㎏ 정도 유출됐다.
이 물질은 산화성 가스로 반도체와 LCD 공정 장비 내 챔버를 세정하는 특수가스다. 독성을 함유하고 있어 사람이 다량 흡입할 경우 구토 증상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울산지역에는 불산 취급 사업장이 이번에 사고난 사업장을 비롯해 모두 6곳이 있다. 이들 업체에서 연간 총 사용하는 양은 1만5,110t에 이른다. 이는 구미 사고에서 누출된 불산된 양(8t)의 1,889배나 되는 양이다. 때문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울산지역 화학공장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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