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인의 숙제
안전인의 숙제
  • 승인 2013.06.12
  • 호수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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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일 | 한국교통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최근 원자력 발전소에서 시험성적표가 위조된 안전등급 제어케이블이 사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전의 가동이 중단됐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전력난 문제에 봉착하는 등 사회 경제적으로 엄청난 위기 상황을 맞게 됐다. 산업계를 비롯해 국민 모두의 안전이 위협받는 그야말로 비상사태에 접어든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이번 원전 사태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제어케이블은 원전 사고 발생 시 원자로의 냉각 등 안전계통에 동작신호를 보내는 안전 설비를 말한다. 이들 물품은 원자로 격납용기 내에 설치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방사선에 노출되고 열화돼 간다.

특히 이 같은 케이블류는 냉각재 상실사고와 같은 중대한 사고가 일어나도 안전하게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높은 신뢰성이 요구된다. 안전성을 설계단계부터 검토하고 비파괴 보수 및 관리 대응책을 수립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사태라 필자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안전을 담당하는 이들은 그간 무엇을 했단 말인가’, ‘원전 종사자들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라는 물음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QC와 QA 담당자들은 무엇을 했었는지 통탄할 일이다.

그렇다면 국가 전체가 마음을 졸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 안전인들은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까. 이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첫째로 안전분야의 교수, 박사, 기술사, 초·중·고·특급 기술자 등의 안전인들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가. 원전의 문제는 물론 유해화학물질누출 사고 등 각종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또 새정부 들어 안전행정부가 설치되었고, 안전과 관련된 법과 제도가 강화되고 있다.

필자는 이때가 바로 안전이 최상위의 국정과제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한다. 학계에서는 안전전문인 양성을 위한 안전공학과가 더 많은 대학에 설치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현장의 안전인들은 각자의 소임을 다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로 안전에 대한 교육과 연구에 아낌없는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제대로 안전을 공부하고 연구한 이들이 주체가 되어 안전관리를 전담하도록 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안전인들이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한 기본 바탕은 전국적으로 안전문화가 확산되는 것이다. 정부는 물론 대학, 민간기관의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셋째로 안전인이라면 기계, 전기, 화공, 건설 등에서 안전과 관련된 지식을 철저히 익히고, 이를 현장에 적용시켜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무재해, 무재난의 대한민국이 조성될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또 국가적으로 모든 불안전한 요소를 해소하는 일은 안전을 전담하는 기관이 담당해야 한다. 여기서 안전인들인은 ‘어떻게 하면 불안전한 상태를 제거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고 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산업현장에만 안전인들의 숙제가 산적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안전과 관련해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대표적으로 지난 2일 오전 6시 반쯤 경남 밀양시 삼산교 제방에 착륙해 있던 산림청 소속 헬기에 밀양소방서 소속 소방차가 급발진해 헬기를 들이받는 일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소방차량이 급발진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차량이 이정도인데 일반 국민이 사용하는 차량은 어떨까.

즉 산업현장을 넘어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까지 안전을 확보해 나가는 일이 바로 안전인들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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