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모의 세상보기
불감증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감각이 둔한,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는 주로 부부간의 성생활 불만족 때 흔히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오늘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산업안전과 생활안전에 대한 불감증에 관한 것이다.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백번 천 번을 말해도 ‘안전’이란 용어는 우리 인간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히 여겨야 할 의무요, 책임이 수반되는 말이다. 매사에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자칫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파멸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는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라는 경고성 말이 있다. ‘설마 별일 있겠어?’ 아니면, ‘설마 무슨 일이 없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런 안일함과 소홀함은 마치 작은 담배불 하나가 온산을 태우듯이 엄청난 재산과 인간의 소중한 생명을 빼앗아 간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알면서도 ‘안일’과 ‘방심’이란 침대에 누워 망각의 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27년 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20세기 최악의 재난인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대참사도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야간 교대조의 부주의에서 빚어진 사건임을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는 안전 불감증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지난주 본지 <안전저널>의 1면 헤드라인 제목은 ‘정부, 산재예방 및 안전문화 확산에 정책 역량집중’이었다. 다소의 늦은 감은 있지만, 박근혜정부의 안전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가 먼저 망각의 잠에서 깨어났다니 다행이다.
안행부의 대국민 보고대회 슬로건은 ‘안전한 사회, 행복한 국민’이다. 이 슬로건 그대로 안전한 사회를 위한 대책이 진정하게 실행돼야 나라의 기강이 바로서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것은 접어두고 우선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이 무더운 여름날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더없이 불안하고 우울하게 만든 이른바 ‘원전비리’ 사건 역시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엄청난 ‘미필적 고의성 불장난’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도 분개하고 국무총리도 경악하여 국민을 향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사후대책을 발표했다.
자칫 국정이 마비되고, 온 나라가 암흑천지가 될 수도 있는 이 어이없고 불행한 그 사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전불감증’ 환자들이 벌인 ‘저주의 굿판’ 같은 이야기요, 또한 부정과 비리의 술에 만취해 비틀거린 이 시대 탐관오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어디 원전 뿐이겠는가? 지금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는 안전불감증 환자들이 계속 늘어가고 있어 더 이상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 하지 말고 소 잃기 전에 우리 모두 설마와 안일의 몽환에서 어서 깨어 나야한다. 국가는 철저한 안보의식, 국민은 투철한 안전의식이 우리 생명줄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작가, 본지 자문위원>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