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와 쥐·파리떼 들끓어 흉물 전락

인근 근로자, 주민 등 전염병 창궐 우려
경기 안성 코리아 냉장창고가 화재 발생 50일이 지나도록 무단 방치되면서 심한 악취와 함께 파리, 쥐떼 등이 들끓어 여름철 전염병 발생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3일 화재가 발생한 이 건물은 적재돼 있던 1만t에 달하는 돼지고기와 참치통조림에서 기름이 계속 흘러나오면서 불이 40여일이나 꺼지지 않다가 지난 15일에야 완전히 진화됐다. 오랜 진화작업도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으나, 이후 제대로 된 후속처리가 되지 않으면서 최근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23일 안성시에 따르면 이 건물은 샌드위치 패널로 된 4층 건물로 붕괴위험이 있음에도 철거비와 폐기물 처리비용 등 54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방치되고 있다. 당초 업체 측이 불에 탄 건물을 자진철거키로 했다가 최근 이를 번복한 것이 그 배경이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심한 악취가 계속 발생해 인근 주민들과 근처 냉장창고 근로자들이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고 있고, 파리떼와 쥐떼도 들끓고 있다. 이에 시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손 세정제, 피부질환 연고제, 살충제(분무·연막·스프레이) 등을 지원받아 인근 주민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들이 그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냉장창고의 철거가 시급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이에 대한 진척이 요원하다.
안성시에 따르면 코리아냉장 측은 화재로 4층 건물 전체 5만여㎡가 전소되자 지난 5월 22일 시에 사업장 폐기물처리 계획서를 제출했다. 업체 측은 계획서에서 6월 말까지 불에 탄 건물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철거기간은 최소 한 달 이상, 비용은 약 54억원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코리아 측은 시에 철거계획서를 낸 지 23일만인 지난 14일 다시 공문을 보내 “자금여력이 없어 철거가 어렵게 됐다”며 일단 시 예산으로 철거해줄 것을 요청했다. 철거비용은 추후 화재보험금을 받아 지급하겠다고 했다.
업체 측이 철거계획을 번복한 것은 이번 화재로 인한 재산피해액이 1000억원에 육박함에도 보험규모는 500억원에 불과해 나머지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업체 측이 건물을 당장 철거할 수 없게 되자 안성시는 고심에 빠졌다. 자체 예산으로 건물을 철거한 뒤 업체 측에 비용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예산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게다가 업체가 파산할 경우 회수할 방안도 마땅치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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