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女人의 安全정신
이번호 칼럼을 쓰려니, 갑자기 ‘억울한 진실은 얼어붙은 땅 속에서도 하얀 뿌리를 내린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앞날이 만 리 같은 한 여대생이 산 속에 끌려가 소리없는 총을 맞고 피를 토하며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유족들은 처절한 오열로 절규했으며 가슴에는 피멍이 들었다. 그 여대생을 총을 쏘아 죽여 버리라고 지시한 ‘청부살인자’는 돈 있고 힘 있는 어느 신흥재벌 회장의 부인이었다.
그 사주를 받고 꽃 같은 여대생을 무참하게 살해한 하수인은 그 회장 부인의 운전기사였다. 경찰의 추적에 다급해진 회장 부인은 그 운전기사 부부에게 “내가 너희에게 50억을 줄 테니 절대로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진술하라”고 말했다. 그 운전기사 아내는 그 회장 댁의 파출부였고 사모님 지시와 명령이라면 절대 복종하지 않을 수 없는 위치의 가난하고 힘없는 여인이었다.
그리고 50억 이라는 돈은 자칫 자신의 영혼이라도 팔아넘길 수 있는 엄청난 거액이고, 그런 돈만 있으면 자신도 당장 ‘사모님’ 소리를 들으며 파출부와 운전기사를 두고 호사스럽게 살 수도 있다. 속된 말로 하루아침에 팔자를 고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여인은 돈보다는 양심과 사회 정의를 생각했다. 그리고 위증죄의 두려움과 자식들의 미래의 안전함을 먼저 내다봤다. 남편은 면회실에서 “여보! 제발 사모님 지시대로 증언해요. 나 하나만 희생하면 당신이나 아이들은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여인은 타의의 악(惡) 보다는 자의의 선(善)을 택했으며 법정에 나가 정의로운 양심으로 사실대로 진술을 했다. 결국 돈 많고 사악한 그 회장 부인은 살인교사죄로 무기징역형을 받는다. 감옥에 들어간 그 회장 부인은 그 안에서도 돈이면 무엇을 못하냐는 생각으로 유명대학병원 의사와 짜고 가짜 진단서를 만들었다. 가히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진실에 反하는 못된 짓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호화병실에서 세상을 비웃었다. 그러나 이 기막힌 사실은 한 맺힌 죽은 여대생의 아버지가 언론에 진정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최근 우리 사회는 이 일로 충격과 분노에 잠겼었다.
이와 관련해 이화여대 학생들은 사법부를 향해 항변의 신문광고까지 내기도 했다. 이 사건의 내막은 마치 3류 소설 같지만 분명한 실화이다. 이에 가짜 진단서를 발급한 병원 관련자 20여명을 검찰이 현재 조사 중이다.
필자가 이 스토리를 쓰게 된 이유는 비록 가난한 파출부 생활을 할지언정 올바른 양심으로 억울하게 희생돼 구천을 맴도는 한 여대생의 영혼을 위로해준 그 여인의 고결한 정신에 경의를 표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 수만 산업현장에도 모두가 정의로운 안전정신을 더욱 함양, 고취시켜 불의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척결해 가자는 뜻에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지금부터 30년 전 인도의 보팔시 유니언 카바이드 공장(UCC) 에서 발생한 독가스 유출 사고를 얘기하고자 한다. 이 사고는 8천 여명의 인명피해를 낸 대참사였다. 그러나 이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던 일이라 더욱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미 수개 월 전부터 안전대책을 세우자고 긴밀히 보고한 담당 직원에 대해 기업주는 돈으로 매수해 ‘없는 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주는 시한폭탄 같은 회사를 넘기고 미국으로 도주했고, 이 사건으로 세계 여론이 들끓었던 적이 있다.
앞의 정의로운 파출부 이야기와 뒤의 인도 보팔 UCC의 불의의 대참사! 두 사건에서 우리는 값진 교훈을 배워야 한다. 끝으로 진리 한마디만 더 쓰겠다.
- 안전을 무시하는 사람도 가끔은 편안하게 살수가 있고 안전을 중시하는 사람도 가끔은 불안하게 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안전과 불안전, 그리고 선과 악의 열매가 다 영글기 전의 일이다. -
<작가,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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