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홍보 및 사용법 교육 부실

자동제세동기에 대한 접근성 높이고 관리감독 강화해야
전국 주요 공공장소에 7천대 넘게 설치돼 있는 ‘심장자동제세동기’가 정부 및 지자체의 홍보와 국민들의 관심 부족으로 전시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 기기는 갑자기 심장이 멈춘 환자에게 사용하는 응급 처치 기기로써 신속한 응급 후송이 어려운 상황에서 환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실제로 심장이 멈춘 환자에게 4분 안에 심폐소생술과 함께 자동제세동기를 사용하면 생존율이 3배 정도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심장이 멈춘 응급환자는 회생할 확률이 1분에 10%씩 줄어든다”며 “이같은 응급상황 시 재빠르게 자동제세동기를 이용해서 심장의 정상 율동을 유지해주면 환자가 회생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2008년부터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에 따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버스 터미널과 기차역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 등에 자동제세동기의 설치가 의무화됐다. 이에 지난해까지 설치에 투입된 비용만 해도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14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이 자동제세동기에 대한 사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설치한 곳이 쉽게 눈에 띄지 않거나 문이 잠겨 있어 이용하는데 어려움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자동제세동기 이용 누적건수는 33건에 불과했다. 물론 자동제세동기 사용실적이 높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비상시를 대비해 설치해 둔 소화기의 사용 건수가 적다고 문제 삼지 않는 것과 같은 셈이다.
하지만 2010년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2만3,000여명의 심정지환자가 발생하고, 이중 95%가 사망했던 것을 감안하면 자동제세동기의 설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방방재청의 한 관계자는 “다중이용시설 등을 중심으로 자동제세동기의 설치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꺼내 사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손쉽게 열거나 가져다 사용하기 편하도록 디자인을 변경하는 등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는 “설치 대수 확대보다는 자동제세동기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대책, 대국민 사용법 교육 및 홍보 등 기기 설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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