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모의 세상보기(5)
서진모의 세상보기(5)
  • 승인 2013.07.10
  • 호수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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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소년의 산재사망
이미 지난 일이지만 지난주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제46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행사가 있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본 협회 신진규 회장 및 많은 내외인사들과 산안(産安)관련 업체들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마흔 여섯 번째 행사답게 성황을 이루었다. 필자는 그 행사를 보면서 ‘산업안전이란 거목이 일취월장으로 이렇게 자라기까지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동의 아픔과 눈물의 산재사고가 밑거름으로 깔려 있었겠는가?’라고 생각하며 성장의 빛과 그림자를 그려보았다.

그러면서 어두웠던 시대 산재 역사의 상처로 남아있는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지금부터 25년 전 7월 2일에 있었던 열다섯 살 어린 소년의 참담했던 죽음! 그 사건이 뇌리에 전파되어 마음이 참 우울했다. 그날도 비가 왔다고 했다. 그로부터 4반세기의 세월이 흐른 제46회 산업안전 보건행사 기간인 올 7월 2일에도 어김없이 줄기찬 장대비가 내렸다.

1988년 7월 2일, 그때는 나라 전체가 88올림픽 행사에 도취돼 그랬는지 모르지만, 중학교 2학년을 중퇴한 가난했던 소년이 한 악덕기업의 ‘강제노동’의 발굽에 짓밟혀 벌레 먹은 꽃처럼 흙탕물에 쓸려 내려 간 것을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심지어 그가 농촌 출신 소년이므로 농약 오염에 의한 사망 쪽으로 몰고 간 해당기업과 일부 빗나간 언론의 작태까지 있었다. 그러나 노조단체의 거센 반발과 유족들의 투쟁으로 결국 ‘수은 중독사’라는 직업병으로 진실규명이 됐다.

지금 산업현장의 주축세대인 40대 정도 근로자들은 아마도 이 사건을 거의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해를 돕고자 잠시 설명을 하겠다. 그 사건의 주인공은 충북 태안 원북면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러나 공부가 하고 싶어도 집안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2학년을 중퇴하고 가난의 멍에를 질 수밖에 없었던 그 소년에게 누군가가 ‘그 공장에 가서 일을 하면 돈도 벌고 공부도 계속 할 수 있다’는 반가운(?) 뉴스를 전한다. 아직 부모에게 용돈을 얻어 쓸 어린 나이의 철부지 소년, 문송면 군(당시15세)은 그 달콤한 소문에 밤잠을 설치며 생각했다. “그래 이 가난하고 배고픈 농촌 생활보다 공장에 가서 낮에는 일하고 돈을 벌어 야간고등학교와 대학에라도 가야지. 그래서 성공하여 금의환향 해야지.”

그러나 그 청운의 꿈은 돈만 벌면 사람의 건강이나 생명쯤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사업주의 비양심 때문에 그만 날아가고 말았다. 사망 전날 소년은 어머니의 눈물 젖은 손을 잡고 “엄마! 머리가 너무 아파 견딜 수가 없어. 빨리 죽었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했다.

그 다음날 그 소년은 눈을 감았고 부모는 어린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했다. 그러나 사장과 공장장은 “우리 공장에는 절대로 위험성이 없는데 아마도 이 아이가 농약 중독사고 같다”고 거품을 물고 주장했다니, 그로부터 25년이 흐른 지금 그 들은 어디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각종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와 구제를 받아야할 권리가 있다고 정의된 청소년보호법의 한 구절이라도 읽어보지 않고 수은중독이라는 위험하고 무서운 작업 환경 속에 열다섯 어린 소년을 투입시켜 죽게 한 것은 神의 저주를 받을 죄악이 아닐까?

이제는 많이 달라졌겠지만 이런 일은 지금 북한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참담한 역사를 딛고 성장한 오늘날의 대한민국 산업현장에 다시는 슬프고 아픈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기를 바란다.

<작가,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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