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공주 국립공원관리공단 탐방지원처장
얼마 전 지리산국립공원에서는 출입금지구역에 무단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갑자기 떨어진 낙석으로 인해 귀중한 생명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전날 내린 비 때문에 지면이 약해져 바위가 수직으로 떨어지면서 봉변이 난 것이다. 이날 사고로 한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이 크게 다쳤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15명과 구조대원 10여명이 산 속에서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우고, 헬기도 4대나 동원했지만 결국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해 마음이 무겁다.
이번에 사고가 난 지리산 국립공원 칠선계곡지역은 국립공원 관리자들도 접근하기 힘든 협곡으로 자원조사나 공원자원 불법 유출 감시를 위한 순찰이 아니면 잘 가지 않는 곳이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원시성이 높고 험준한 산림지역으로, 탐방로 길이만 해도 10㎞에 이른다. 또 코스가 워낙 험해 안전요원이 동행하지 않으면 길을 잃거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현재 칠선계곡은 일주일에 두 번 예약을 한 뒤 탐방을 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안전요원 3명이 동행하고 있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분들도 이같은 탐방제도를 알고 이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무분별하게 국립공원 금지구역을 출입하는 행동은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다. 일반적인 탐방로에서는 오가는 사람들 때문에 선뜻 취사행위를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 인적이 끊긴 출입금지구역에서는 야영을 하면서 라면을 끓여 먹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행위는 산불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음식물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계곡물이 오염되기도 한다.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 각자가 도덕이나 건강한 시민정신을 발휘해야 하듯 올바른 산행문화를 확립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립공원을 이용할 때도 법질서 범위에서 자연에 해를 주지 않으면서 즐길 줄 아는 윤리 산행이 필요한 것이다.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면 국립공원은 탐방객들로 발 딛을 틈이 없을 것이다.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이루어진 국립공원을 즐겁게 탐방하는 첫 번째 비결은 스스로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가급적 혼자가 아니라 삼삼오오 함께 방문하는 것.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체력에 맞는 구간과 일정을 선택해 무리 없이 경이로운 대자연을 감상하는 것이 국립공원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