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완 소방방재청 차장

요즘 비가 오면 형형색색의 레인부츠를 싣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신기하기도 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직업은 못 속인다고 이 레인부츠는 감전 사고에도 안전할 것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심장은 우심방의 동방결절(洞房結節)이라는 근육에서 0.8초 간격으로 전기를 발생시켜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전기는 우리생명과 매우 관계가 깊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과부하된 전기 충격을 받으면 부상을 입게 되고, 심한 경우 목숨을 잃기도 한다.
감전사고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집중호우나 태풍이 많이 오는 시기에 발생횟수가 급격히 증가한다. 최근 5년간(2007~2011년) 감전사고로 269명이 사망했는데, 이중 40.5%(109명)가 우기철인 7~8월에 발생했다.
주요 사고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2009년 7월 전남 광양시 철판가공 공장에서는 폭우로 침수된 물을 빼려고 양수기 전원을 키던 중 감전으로 1명이 사망했다. 또 2005년 6월 부산과 인천에서는 집중호우로 물이 고인 맨홀뚜껑을 밟아 감전사고로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2001년 7월에는 수도권 집중호우로 가로등·신호등이 침수해 19명이 사망한 일도 있었다.
올해 7~8월도 예년처럼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짐에 따라 집중호우 등으로 인한 감전사고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장마철에는 습기가 배선 사이로 스며들어 누전이 자주 발생한다. 때문에 장마철에는 집안의 가전제품과 옥외로 노출된 전선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몸이 젖는 경우가 많아 사업장에서도 감전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작업 시에도 항상 주의해야 한다.
장마철 전기로 인한 감전사고를 예방하려면 장소에 관계없이 필수적으로 누전차단기를 설치해야 한다. 특히 비를 동반한 강풍이 예고되면 각 가정이나 상가, 사업장에서는 주변을 점검해야 한다. 침수지역에서는 맨홀뚜껑으로 인한 감전사고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물이 고인 맨홀뚜껑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다녀야 한다.
게다가 장마철 감전 사고는 자칫하면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로 작업장에서 감전 당한 동료를 구하려다 119구조대원까지 함께 감전된 사고가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2차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전기와의 접촉을 차단해야 한다. 또한 감전사고의 경우 겉으로는 보이지 않아도 몸 안 쪽에 화상을 입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곧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된다. 피서지의 음식점이나 야영장은 임시배선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피서지에서도 늘 감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 전기시설 관리기관에서는 집중호우·태풍 발생 전에 안전점검을 실시해 필요한 경우 보수를 해야 한다.
폭우 시 침수지역은 가급적 우회하고 주변에 감전위험이 있는 시설이 발견되면 즉시 119와 한국전력(전기고장번호 123)이나 한국전기안전공사(1588-7500)에 신고해 감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생활의 지혜도 필요하다.
올 여름 장마철에는 국민 모두가 감전사고에 대한 관심과 국민행동요령을 숙지하여 단 한건의 감전사고도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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