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 作
제1부 누가 이 여인을 이렇게 만들었나? ③ 숙희는 평소에도 간혹 혼자서 이 오솔길을 왕래한 적은 있으나 이 부근에만 들어서면 왠지 누가 뒤에서 목덜미를 움켜잡고 끌어당기는 듯한 무서운 느낌과 공포의 환상이 젖어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다니는 그런 산길이었다.
그런 숙희의 앞길을 가로 막으며 껌을 짝짝 씹으며 허연 이를 드러내고 웃는 괴한들이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공동묘지까지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고 얼굴은 겁에 질려 백지장 같은 이 소녀를 끌고 가는 데는 그다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순간적이었다. 오로지 욕정 해결만을 위해 살고 있는 인간들 같은 치한들은 거친 욕망의 숨을 쉰다.
“야! 이 기집애야. 말 잘 들어!”라고 말하자, “안돼요! 왜 이래요! 놔줘요!”하고 소녀는 본능적인 반항을 했다. 그러나 치한 중 한 명이 “어쭈~ 이것 봐라”하면서 점퍼 안주머니에서 보기에도 섬뜩한 칼을 뽑아내 떨고 있는 소녀의 목에 갖다 대었다. 소녀는 무서웠다. 치한 중 한 명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지만 물어볼 겨를도 없었다.
‘친구의 오빠……?’
마치 고양이 앞의 쥐처럼, 독수리 앞의 병아리처럼 오들오들 떨고 있던 소녀는 순간 엄마가 평소에 들려주던 말이 어떤 환청처럼 귓전에 울려왔다.
“이것아 여자는 정조를 생명처럼 소중히 생각해야 하는 법이여. 그러니 결혼하는 날까지 어떤 일이 있어도 남정네 앞에서 절대 옷을 벗으면 안돼야. 알았제?”
그것은 어느 엄마나 딸들에게 정숙과 순결, 그리고 조신을 가르치는 성(性)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날 그 운명의 여신은 예쁘고 귀엽고 순박한 한 소녀의 인생을 갈기갈기 찢어버린 것이다. 개 같은 놈들은 굶주린 이리떼가 산토끼 한 마리 나누어 먹어 치우듯이 소녀의 몸에 차례로 욕심을 채우고 있었다.
생살이 찢겨지는 아픔과 쓰라림에 소녀는 피가 맺히도록 입술을 깨물면서 살려달라고 몸부림치고 울며불며 애원했으나 놈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차례씩이나 소녀를 능욕했다. 어떤 짐승들이 이보다 더 잔인했을까? 그 해 4월은 그녀에겐 그렇게 혹독하고 잔인한 달이었다.
맑고 푸른 창공에는 줄을 지은 철새들이 남쪽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아가고 있었으나 지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놈들의 잔혹스러운 힘에 눌린 소녀는 실신했고 욕심을 다 채운 치한들은 담배를 피워 물고 뱀처럼 징그러운 회심의 미소를 남기며 그 곳을 떠나버렸다. 마치 전쟁터에서 승전의 고지에 깃발을 꽂고 환한 웃음을 남기며 돌아가는 병사처럼 그렇게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아니면 예정된 교미를 끝낸 짐승들처럼 그렇게 뻔뻔스럽게 한 소녀의 앞날이야 우리가 알 게 뭐 있느냐는 식으로 떠나버린 것이다.
떠나면서도 놈들은 돌아서서 비참하게 쓰러져 정신을 잃고 있는 소녀를 향해 “야, 너 만약에 이 일 소문내거나 경찰에 신고하면 네 가족 모두 죽여 버릴 거야!”하며 실신해 쓰러져 있는 소녀의 귓가에 무서운 협박까지 남기고 떠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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