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개정 경범죄 처벌법 해설서’ 제작
과다한 노출이나 스토킹을 처벌하는 경범죄처벌법이 시행된 지 넉 달이 지났지만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아직도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일선 경찰과 시민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경범죄의 종류와 처벌 기준을 제시한 ‘개정 경범죄 처벌법 해설서’를 제작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이번 해설서에는 경범죄처벌법의 의의와 성격, 특징, 형법 등 다른 법과의 관계, 조문별 해설과 법 적용 사례,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 대한 질의응답 등이 포함됐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지난 3월 시행 당시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과다노출’ 조항은 신체 노출을 목격한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것을 처벌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사회 통념상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이 개인적으로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이에 해설서에는 공공장소에서 성기, 엉덩이 그리고 여성의 가슴 등을 ‘가려할 부위’로 지정했다.
그러나 모유수유를 위한 여성의 불가피한 가슴의 노출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또 단순히 배꼽티나 미니스커트를 입는다고 해서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스토커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반드시 전화나 구두, 서면 등으로 거절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경범죄처벌법에는 스토킹을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 교제 등을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해 기다리기 등으로 정신·육체적 피해를 주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계속 쫓아오더라도 ‘명시적 거절 의사’와 ‘행위의 반복성’이 없으면 관련법으로는 처벌이 어렵다. 다만 경우에 따라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
아울러 정당한 이유 없이 전화·문자메시지·편지·이메일 등을 계속 보내 상대방을 괴롭히면 경범죄처벌법상 ‘장난전화’ 등 조항에 저촉된다. 또한 112나 119로 전화를 건 후 끊는 행위를 여러 차례 반복해도 처벌 대상이 되며, 허위신고를 했다면 벌금액이 더 높은 ‘거짓신고’ 조항이 적용된다.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됐던 구걸행위 등에 대한 처벌도 더욱 구체화됐다. 공공장소에서 구걸하면서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귀찮게 할 때만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행인의 길을 막거나 옷을 붙잡으며 구걸하는 행위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밖에 최대 6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는 관공서 주취 소란 행위도 반드시 만취 상태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술에 취했다는 것이 판별될 정도면 처벌이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일시적으로 흥분해 큰소리로 떠드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공무원이 여러 차례 자제를 요청해도 지속적으로 소란을 피우면 처벌 대상으로 간주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개별적인 상황들을 모두 해설서에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일선 경찰관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이번 해설서 제작은 법 적용에 대한 기본적인 기준을 제시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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