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준 도입했지만 불량부품 검증 부실

최근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가 빈발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고는 관련 인증기준이 허술한 탓에 중국산 저급 승강기부품의 유통 증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은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에스컬레이터 역주행방지장치를 안전인증대상(KC마크 인증)으로 지정, 지난 26일부터 시행했다.
참고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장치는 구동체인이 끊어지거나 구동기 기어가 파손되면 운행방향이 저절로 바뀌어 탑승객이 넘어질 수 있는데 이를 스스로 감지해 안전하게 정지시키는 장치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증기준에는 핵심적인 규정이 누락, 역주행 사고를 예방하는데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KC마크 인증은 유럽기준(EN115)을 토대로 도입했지만 ‘제동거리 1미터 이하’라는 기준이 삭제되면서 적재하중을 100% 싣고 140% 과속으로 운행하는 실험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며 “국제기준을 도입했지만 주요부분이 빠져있어 불량부품의 유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수준이 못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국내 에스컬레이터의 90% 이상은 중국에서 수입된 제품으로, 일부 제품의 경우 기계적 결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열 경쟁과 생산비용 부담으로 대부분이 중국에서 완제품 형태로 수입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증기준의 도입을 통해서도 저가의 불량 부품 유통을 차단하는 것은 요원한 셈이다.
게다가 이번 인증은 새롭게 설치되는 에스컬레이터에만 적용, 기존의 노후된 시설은 여전히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미 설치된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예방책은 미비한 것이다.
한편 에스컬레이터 역주행의 원인은 부품 결함, 체인 파단, 주제동기 결함, 정비 불량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이 같은 사고 원인을 미리 차단하지 않으면 수십명이 줄줄이 다치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 18일 분당선 야탑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역주행 사고가 일어나 20여명이 부상당했다. 이같은 사고는 지난 10년간(2002년~2011년) 모두 400여건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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