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소설, 절망의 강 ⑤
실화소설, 절망의 강 ⑤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3.08.14
  • 호수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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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 作
제1부, 누가 이 여인을 이렇게 만들었나?

숙희의 사건이 터지던 그날 숙희 아버지 일중은 외동딸 숙희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도시에 있는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면 시내 학원이라도 좀 보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기르던 암소 한 마리를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읍내 우시장에 가서 소를 팔고는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장꾼들과 어울려 대폿집에서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저녁 아홉 시가 넘어서야 귀가를 하였다.

그러므로 일중은 딸아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턱이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송산댁은 안절부절, 술 취한 남편을 맞이했고 남편 일중은 오면서 생각했던 딸아이의 진로 문제를 오늘 밤 한 번 심도 있게 나누어 보리라 하고 숙희의 반가운 마중을 기대했는데 숙희는 보이지 않고 아내 혼자 오줌 마려운 강아지 마냥 쩔쩔매는 몸짓으로 초라한 밥상을 차려 나오자,

“숙희 이놈은 애비가 집 나갔다 이렇게 늦게 돌아와도 한 번 내다보지도 않는구먼. 제 방에서 공부하는가?” 하면서 매우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송산댁은 얼른 남편의 눈치를 보면서 말을 더듬거린다.

“여보, 숙희가 아마 가, 감기 몸살인가 봐요. 저녁도 안 먹고 몸이 불편하다며 그냥 잠들었어요. 하실 말씀 있음 내일 하세요. 네?” 그러자 남편은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내일 이래 두 시내 학원에 등록하라고 해요”하면서 안주머니에 들어있던 소판 돈에서 돈 한 묶음을 아내에게 내밀었다. 그러고는 밥 생각이 별로 없다면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물고는 아래채에 있는 자기 방으로 내려가 곧바로 잠이 들었다.

그녀는 밤새도록 땅이 꺼지고 방 천정이 무너질 듯한 깊은 한숨을 내뿜으며 혼자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였다. 그러면서 저쪽 아랫목에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는 딸아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숨이 콱콱 막히고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어쩜 좋은가? 이 기막힌 일을…’하고 눈을 감았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하늘도 무심하고 부처님도 야속했고 조상님들까지 원망스러웠다. 그러는 사이에 자다가 벌떡 일어난 숙희는 바짝 마른 파란 입술을 바들바들 떨면서 “사, 살려주세요…. 네?”하며 손을 싹싹 비비며 울다가 갑자기 “아앗!”하는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를 내어 질렀다.

딸의 이 같은 비명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송산댁은 이 소리를 아랫방에 잠든 남편이 혹시나 놀라 깰까봐 더욱 불안했다. 얼른 옆에 있던 수건을 들어 딸아이의 입을 틀어막았다. 평소 마음씨 착하기로 소문난 송산댁 내외는 비록 부잣집은 아니지만 정말이지 법 없이도 살아갈 순진한 사람들이었다. 슬하에 자식이라고는 이 외동딸 하나밖에 없는데 이 귀한 딸에게 왜 이런 청천벽력 같은 일이 몰아 닥쳤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기가 막힐 뿐이었다. 이제 날이 밝으면 남편이 알게 될 것이고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릴 텐데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마을 사람들이야 또 그렇다고 치면 되겠지만 마음 약하고 순진한 남편이 이 사실을 알고 절망에 빠질 일을 생각하니 송산댁의 가슴은 천근 같은 바위 덩어리가 눌러오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참담한 일을 언제까지나 감추고 쉬쉬한단 말인가? 도무지 어떤 대책이 서지 않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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