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부터 시행하는 방안 유력
대체휴일제 도입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거듭해온 재계와 노동계의 지루한 공방에 마침표가 찍힐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새누리당, 청와대는 내년부터 법정공휴일 중 설과 추석연휴, 어린이날에 한해 대체 휴일을 적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설·추석 연휴에 대체휴일제를 도입하고, 어린이날의 경우 추후 당·정 협의와 국회 논의를 거쳐 확정하기로 했다.
이는 재계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대체휴일제 시행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줄이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체휴일 시행 약속을 지키는 한편, 노동계의 불만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새누리당, 청와대는 지난 6일 오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당·정·청 협의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대체휴일 시행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정·청은 대체휴일제 시행에 따른 인건비 증가 등 재계의 우려를 감안, 대통령령을 바꿔 관공서 등 공공부문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휴일제는 법정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칠 경우 이어지는 평일에 하루를 대신 쉬게 하는 제도로 공휴일 이월제로도 불린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올해 2월 발표한 140대 국정과제에 대체휴일제 도입을 포함시킨 바 있고, 이에 따라 여야는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법률 개정을 통해 대체휴일제 도입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민간의 부담 증가, 자율성 침해 등을 이유로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난색을 보이면서 법안 처리가 보류된 바 있다.
한편 재계는 대체휴일제 도입에 따른 연간 손실이 32조에 달하는 등 기업 경영환경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명확히 해왔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이 2,232시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764시간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점을 들어 대체공휴일제 도입을 촉구해왔다.
안행부 “대체휴일제 민간기업 적용될 것”
안전행정부는 내년 도입을 추진 중인 대체휴일제가 공공부문뿐 아니라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금융기관 등 민간부문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지난 8일 밝혔다.
윤종진 윤리복무관은 이날 가진 설명회에서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대체휴일제를 도입하면 민간부문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이 규정을 준용해 대체휴일제를 실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도입방안이 확정되면 이달 중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부터 대체휴일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과 금융기관 등은 내부규정이나 노사협약에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어 내년부터 적용이 가능하지만 근로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까지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동계 “본래 취지 무색”
한편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노동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온전한 대체휴일제가 도입되지 않는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한국노총은 9일 성명을 통해 “정부여당이 합의한 대체휴일제는 나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설·추석 연휴와 공휴일을 온전히 국민들에게 보장함으로써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말한 것은 대체휴일제 본래의 취지를 퇴색시킨 매우 실망스런 내용이다”라고 밝혔다.
이어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안은 지난 4월 국회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한 대체휴일제 법안보다 한참 후퇴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참고로 국회 소위를 통과한 법안에는 명절(설, 추석) 휴일이 토·일요일, 공휴일과 겹칠 경우와 그 외 일반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칠 경우에 대체휴일을 도입토록 하고 있다.
이 경우 향후 10년간 공휴일이 19일 증가하게 된다. 반면에 정부여당이 도입하려고 하는 이번 제도의 경우 10년간 9일의 공휴일만이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총은 “대체공휴일제도는 설, 추석 연휴뿐만 아니라 일반 공휴일 전체에 대해 적용하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 함께 시행되어야 한다”라며 “그래야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고, 내수경기 진작과 고용창출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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