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비 없이 배수관 점검하다 유독가스 중독 사망
단기 일자리라는 인식에 사업주 안전보건 무관심 지난 6일 경북 문경의 한 저수지에서 배수관 점검을 위해 내부에 들어갔던 아르바이트 학생 이모(21)씨가 유독가스에 중독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씨는 저수지에 연결된 길이 70미터, 높이 1.5미터의 밀폐된 배수관을 점검하면서 마스크 등 안전장비도 착용하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숨진 이씨는 여름방학을 맞아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섰다가 일을 시작한지 4일 만에 변을 당했다. 이씨가 맡았던 일은 배수관 내부를 카메라로 촬영해 누수 등 노후화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밀폐된 공간임에도 작업자인 이씨에게는 산소마스크 등 보호구는 물론 산소농도측정기 등 안전장비가 일체 지급되지 않았다. 게다가 위험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안전교육 역시 실시되지 않았다.
참고로 이날 점검은 지난 4월 산대저수지 붕괴사고 이후, 전국의 노후 저수지 1200여 곳에 대한 긴급점검의 일환으로 실시됐다.
주관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가 민간업체에 용역을 줬는데, 이 업체는 이씨를 비롯한 작업자들에게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관계기관의 허술한 감독과 업체의 부실한 안전관리가 한창 나이의 젊은 대학생을 사지로 내몬 것이다.
노동계 등에 따르면 최근 여름방학을 맞아 학비와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대학생들이 일자리 구하기에 나서고 있지만 사업주의 소홀한 관리로 안전사고의 위협에 무방비로 놓이는 일이 늘고 있다.
그 이유는 고용주들이 잠깐 와서 일손을 돕다 가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안전보건에 큰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르바이트생들의 경우 안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데다 취업 불경기에 어렵게 구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걱정으로 안전조치를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안전보건공단과 알바연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산업현장에서 아르바이트생의 안전보건에 대한 안내나 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부터 두 달간 아르바이트생 4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사업장 내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보건 관련 내용 안내가 부착돼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5%(278명)가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또 사고예방과 유해물질 취급 요령 등 안전·보건 교육을 받았다는 응답 역시 41%(174명)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을 하다 다치거나 질환을 얻은 63명 중 산재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았다는 응답은 14%(9명)에 불과했다.
알바연대의 한 관계자는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전반적으로 저임금 일자리인 만큼 고용주들이 안전보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안전보건과 관련된 수칙을 게시하거나 기본적인 교육 또는 정기적인 점검 등 법에 명시된 최소한의 조치마저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사고가 잦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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