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안산산재병원 홍상수 신경외과 과장
몇 달 전 목디스크 진단을 받은 40대 남성이 병원을 방문했다. 이 환자는 지속되는 경추부 통증으로 고생하다 각종 언론 매체를 검색해 가며 시술 및 수술에 대해 공부하고 방문한 상태였다. 타 병원에서 수술광고를 봤으며 그 수술이 여기서도 가능한지 문의했다. 하지만 이 환자는 수술할 필요 없이 약물이나 물리치료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는 상태였다. 설득 후에 약을 처방해드리고, 이후 증상을 살펴보기로 했다.
며칠 전에는 수년간 요통으로 고생하던 60대 여성이 치료를 하러 왔다. 이 환자는 ‘척추 전방 전위증’이란 병으로 오랫동안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했고 현재는 운동마비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에 수술을 권유했으나 수술은 절대로 싫다며 민간요법을 더 해보시겠다고 했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주위에 척추 치료와 관련해 수술을 해야 하느냐 시술을 해야 하느냐 등을 가지고 논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늘어나는 병원과 의학정보의 홍수 속에서 환자가 자신의 병을 인지하고 제대로 된 치료법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같은 병도 사람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며 한 병원에서도 여러 가지 시술과 수술이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다. 그래서 병의 치료법에 있어서 획일적인 잦대나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광고의 성격이 짙은 뉴스나 알림글, 과대 포장된 병원의 홍보, 입소문의 과신, 환자나 보호자의 왜곡된 의료 지식, 민간 의료보험의 성장 등 이런 모든 것들이 의료 소비자의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환자나 보호자는 진단을 받았을 때 성급하게 치료 결정을 내리지 말고 침착하게 판단하면서 다른 병원에서도 같은 진단과 치료법을 내리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할 필요가 있다.
우리 의료인은 어떠한가? 최근 수많은 경쟁과 규제로 병원도 경제적 논리에 맞춰 운영되고 있지는 않은지?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이 기준이 되는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 사람을 치료하고 회복시켜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시키거나 아프지 않은 상태로 만드는 것이 병원이 존립할 수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면 안 된다’라는 말이 형사법에 있다고 한다. 10명의 환자를 치료하지 못 하더라도 불필요한 수술로 인해 피해를 입는 한 명의 환자를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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