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자 부주의·허술한 안전관리 규정이 사고 원인
대학 실험실에서 안전사고가 해마다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최근 서울 광진구 군자동 세종대학교 영실관 3층 실험실에서 황산 용기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식품공학과 실험실에서 실습 중이던 학생 10명 중 7명이 유출된 황산에 노출돼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 가운데 3명은 심한 화상을 입어 현재까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 학생은 목 밑부터 무릎까지 3도 화상을 입어 치료에 수일이 걸릴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세종대에서는 앞서 지난 5월29일 충무관 반도체 실험실에서 유독 가스인 삼브롬화붕소(BBr3)가 유출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 사고로 수업 중이던 학생 등 2,000여명이 한꺼번에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 실험실의 안전사고는 비단 특정 대학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7일 부경대 실험실 고압 기계가 폭발해 실험기기를 설치하던 기술자가 숨졌다. 또한 지난 6월 1일 울산대 공대 연구실에서는 화학 물질이 담긴 유리병이 터져 학생 1명이 얼굴을 다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전국의 대학 실험실에서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대학 실험실에서는 매년 100여 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2007년 31건, 2008년 92건, 2009년 131건, 2010년 118건, 2011년 150건 등으로 사고 발생 건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
이와 관련해 미래부와 학교 측은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실험자 부주의’를 지목하고 있다.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실험자가 기계나 기구, 위험물 등을 취급할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대부분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학 실험실에 적용되는 안전관리 규정도 전반적으로 허술하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대학 연구실과 실험실은 산업현장과는 달리 유해화학물질을 소량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관련법에 따라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대학 실험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안전 교육을 일정 시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현재 시행 중인 안전교육은 사고예방에 별다른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 이공계 대학생은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교육에 참석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며 “동영상을 보고 수료증만 받아오는 학생들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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