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 作
제1부 누가 이 여인을 이렇게 만들었나? ⑧ 결혼한 지 일 년 육 개월 만에 얻은 이 딸은 어릴 적부터 인물이 뛰어났고 머리가 영특해 공부도 늘 상위권이었다. 시내에서 중학교 교편생활을 하고 있는 숙희의 외삼촌 박경준은 생질녀 숙희의 아이큐가 뛰어나 이 다음에 반드시 훌륭한 여류 인사가 될 거라며 무척이나 이 조카를 아끼고 사랑했다.
이렇듯 숙희는 온 집안과 외가댁 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곱게 자란 소녀다. 도내 중학교 백일장에 나가서도 산문 부분에 특상을 받을 정도로 문학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인 소녀는 이제 제 정신이 아닌 정신질환자가 되었다. 자랄수록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이다음에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내보낼 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한 송이의 싱싱했던 꽃송이로 피어나던 소녀 김숙희는 천벌 받을 인간, 못되고 사악한 성폭행범들에게 짓밟혀 이제 그녀의 인생은 그만 벌레 먹은 장미신세가 되어가고 있었다.
너무 예쁘고 너무 영리해서 운명의 여신이 시샘을 한 것일까? 두 내외가 소를 팔아서라도 숙희를 시내 고교 입시전문학원에 보낼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그들의 꿈은 부풀어 있었다. 특히 가난한 교육자 집안에서 여섯 남매의 장녀로 태어난 박경자는 집안 환경으로 시골 여자 중학교 밖에 못 나온 자신의 처지에 늘 심한 콤플렉스에 빠져있던 터라 영리하고 예쁜 이 딸에게 어떤 대리 만족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던 송산댁이라 더더욱 말할 수 없는 상실감에 젖어 들었고 그녀가 당면한 설움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가 없었다. 외동 딸 숙희를 좋은 고등학교에 보내고 일류 대학에 진학시켜 사위 하나라도 돈 잘 벌고 권력 있는 그런 데릴사위를 봐야겠다는 것이 그들의 소망이었고 그들만의 욕심이기도 했다.
못 배우고 가난해서, 그래서 힘있고 돈 있는 자들에게 늘 짓눌려 살아온 것이 한으로 가슴에 사무쳐서 삶의 빈곤에 대한 어떤 심리적인 보상 욕구라고나 할까. 그래서 그들은 그런 간절한 소망을 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숙희도 그런 부모들의 심정을 알고나 있는 듯 효성이 지극했다.
아직 한 번도 부모 속을 태워본 일 없는 아이였다. 그러던 그들에게 마른하늘의 날벼락과도 같이 날아든 그날의 비운으로 오색 무지개의 희망과 장밋빛 꿈은 산산 조각이 나 버렸다. 툭하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고함을 지르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옷을 홀랑 벗어버리고 젖가슴을 움켜쥐고는 짐승 같은 괴상한 울부짖음과 소름 끼치는 비명 소리를 질러대어 부모들은 물론 옆집 사람들까지 잠을 설치기도 했다.
어떤 날은 누웠다가는 벌떡 일어나 손을 삭삭 비비며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시늉도 하는 그런 딸을 바라보는 부모의 가슴은 마치 송곳으로 쑤시는 듯한 아픔을 느끼고 있었다.
더 이상 방관만 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부부는 하는 수 없이 숙희를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켰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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