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전인 하나 돼야 100일 대책 효과 있다”
“정부·안전인 하나 돼야 100일 대책 효과 있다”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0.06.09
  • 호수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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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 주요 인사’ 현안 간담회(상)

 

정부와 산업안전보건민간단체, 전문가 등이 산재감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산재자수가 다시 증가(4월말 현재 27,063명, 전년 동기대비 7.4% 증가)했다.

더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고, 더욱 다양한 활동을 펼쳤음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와 산업안전보건 분야는 큰 충격에 빠져들었다. 무엇이 문제였고, 또 향후 정책 방향을 어떻게 재조정해야하는지에 대한 심각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산업안전보건분야 저명한 전문가들이 참여한 긴급 간담회를 열었으며, 이날 나온 정책적인 보완사항과 향후 개선해야할 점 등을 총 2회에 걸쳐 게재한다.

다음은 이번 간담회에 참여한 인사들이다. 신창섭 충북대 안전공학과 교수(전 한국안전학회 회장), 백신원 (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한경대 안전공학과 교수), 김은기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Q. 산업재해자수가 다시 증가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신창섭 교수 : 먼저 많은 안전인들이 노력을 경주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10여년 가까이 목표로 삼았던 0.6%대 산재율 달성은 커녕, 오히려 재해자 수가 늘어나는 상황이 된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백신원 사무처장 : 네. 저 또한 이런 결과가 나와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부디 오늘 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이 향후 효과적인 대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밑거름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럼 먼저 신 교수님께서 이번 산재증가의 원인이 무엇에 있다고 보십니까?

신창섭 교수 :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근로자, 사업주 등 우리 산업현장 구성원들의 미흡한 안전의식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봅니다. 개발도산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의식 수준이 또 한 번 드러난 것이지요.

그동안 많은 안전인들의 노력으로 안전관련 기술이 발전을 거듭해왔고 이에 따라 시설·설비적인 안전은 어느 정도 수준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안전의식, 안전문화는 아직도 크게 부족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안전의 근본을 이루어야 할 의식이 낮은 상황에서 재해율이 낮아지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사업주, 근로자의 안전의식을 고취시키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김은기 국장 : 맞습니다. 특히 미흡한 안전의식 문제 중에서도 사업주의 도덕적 해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많은 사업주들이 산재보험료만 지불하면 산재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면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적극적인 예방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백신원 사무처장 : 저도 안전의식을 강화해야한다는 두 분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더불어 현재 재해가 다발하고 있는 업종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그에 맞춘 정책과 안전활동도 펼쳐져야 한다고 봅니다.
의식을 높이는 정책은 당연히 실시되어야 하는 사업이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히 시일이 걸릴 것으로 판단됩니다. 때문에 의식 고취사업과 함께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맞춤형 대책이 펼쳐져야 합니다.

이번에 발표된 산재현황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대비 제조업과 건설업의 재해는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에 기타의 사업 즉 건물관리업, 음식숙박업, 보건사회복지사업 등은 재해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로 인해 전체 재해자수가 크게 늘은 것이지요.

다시 말해 기타의 사업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전체 산재율 감소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럼 기타의 사업에서의 산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먼저 그 업종특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기타의 사업은 사업장이 대부분 영세하고 규모 또한 중·소규모입니다. 이러한 소규모 사업장은 안전관리나 산재예방활동을 수행할 인원, 기술력, 여력 등이 없습니다. 또 이들에게 있어 사업장 운영의 최우선 과제는 오직 ‘생존’이기에 ‘안전’이라는 개념이 파고들기도 쉽지 않습니다.

정부는 이런 특성을 감안해 서비스업을 위한, 서비스업에 맞춘 특성화 대책을 개발하고 실행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김은기 국장 : 백 사무처장님께서 향후 정부의 역할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저는 여기에 좀 더 추가해 정부 스스로가 산업안전관리·감독에 대한 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전국에는 156만개 이상의 사업장이 등록돼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들 사업장과 노동현장을 관리하는 노동부 감독관은 고작 300여명에 불과합니다. 이는 OECD 평균의 1/5수준으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더 확충하고 적극적으로 사업장 관리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백 사무처장님이 잠깐 언급하셨듯 정부는 소규모 사업장과 건설업 일용 근로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서 대부분의 산업재해가 발생함을 감안해 이들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에 나서야 합니다.

현재의 법과 제도가 대규모 사업장 중심에 맞춰져 있다 보니 사회적 취약계층 근로자는 사실상 안전보건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신창섭 교수 : 우리 모두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산재 증가의 원인은 미흡한 안전의식, 산재다발업종에 대한 맞춤형 대책의 부실, 정부의 사업장 관리·감독 역량 부족 등으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향후 정부와 모든 안전인들이 안전정책과 활동을 펼쳐나감에 있어 이러한 점들을 보완·개선해 나간다면 ‘안전선진국’의 실현은 머지않을 것입니다.

Q. 산재가 증가함에 따라 노동부가 강화된 검찰합동점검 등이 담긴 ‘100일 집중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대책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백신원 사무처장 : 재해가 증가하고 있는 현시점을 볼 때, 노동부의 이번 대책은 시기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재해예방 효과도 꽤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창섭 교수 : 저도 백 사무처장님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안전과 환경분야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의해 유지될 수 있는 영역입니다. 100일간의 강화된 집중점검은 그 나름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천적으로 산재감소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으로는 다소 부족하다는 게 저의 의견입니다.

백신원 사무처장 : 좋은 지적이십니다. 저 역시 이번 대책이 산재감소의 근원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특히 대책의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는 검찰합동점검에 대해서는 약간의 우려가 있습니다.

검찰합동점검의 경우 그간 제조업이나 건설업에서 매년 주기적으로 실시돼 왔는데, 그 효과가 꽤 좋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효과가 기타의 사업에서도 나타날지는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영세한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우선 안전차원에서 접근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첫 질문에서 잠시 언급했듯 접근이 되더라도 생계문제 때문에 사업주의 관심을 끌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김은기 국장 : 저도 검찰합동점검과 관련해 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저는 검찰합동점검의 실효성 자체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년 실시된 합동점검 결과를 보면 관례적인 행사로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역시 겉만 그럴싸한 점검으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진정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그 의지가 반영된 강력한 처벌도 이번 만큼은 꼭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신창섭 교수 : 저는 여기에 더해 이런 단기간의 집중점검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정부에 제언하고 싶습니다. 한정된 공무원을 동원하는 점검은 한정적인 범위에서만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별 집중점검보다는 안전관련기관 전체가 참여하는 정책으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즉 노동부, 민간안전보건기관, 노동계 등 다양한 기관들이 역할을 분담하여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중소영세사업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안전공단이 민간안전기관에 재정을 지원하고, 다시 민간기관으로 하여금 중소영세 사업장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한정된 인력의 한계를 넘을 수 있고, 또 민간기관의 활성화도 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이에 힘입어 안전관련 시장도 크게 확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은기 국장 : 동감합니다. 강력한 법집행도 중요하겠지만 먼저 안전을 받아들일 수 있는 토대부터 조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토대는 정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런 토대 조성에 대한 정책적 지원 없이 ‘걸리면 처벌하겠다’는 처벌만능주의 정책만 펼친다면 사업장에 안전을 전파하기 보다는 오히려 멀어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백신원 사무처장 : 잠시 제가 정리를 하자면 이번 대책처럼 강력한 법집행도 어느 정도 효과를 불러오겠지만 보다 체계적이고 항구적인 안전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정부와 안전관련기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오늘 이 만남처럼 향후 정부를 비롯한 안전인 모두가 다양한 접근 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사업장의 안전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친다면 그 효과는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Q. 앞으로 산업안전보건이 발전되기 위해서는 선진외국의 벤치마킹에 중점을 둬야하나? 아니면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개발해야하나?

백신원 사무처장 : 저 같은 경우 후자의 편입니다. 우리나라는 1995년 이후부터 재해예방을 위해 법령·홍보·점검·교육을 강화하는 등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정부와 안전보건기관, 산·학·연 안전보건전문가들이 하나로 뭉쳐 노력한다면 우리만의 효과적인 대안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신창섭 교수 : 저 역시 백 사무처장님과 뜻을 같이 합니다. 비록 아직까지 높은 재해율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우리의 산업안전보건 관리 및 정책 수준은 이미 세계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좋은 선진외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계속되어야겠지만 그 과정에 있어 도입보다는 우리의 특성에 맞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 더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특성에 적합한 제도를 개발하는데 정진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안전을 선도하는 ‘선진 안전국’이 되는 길일 것입니다.

김은기 국장 : 두 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우리만의 산업안전보건 방안 개발에 더 의의를 두자는데 모두 뜻을 함께 하는 것 같습니다. 선진외국을 벤치마킹하는 것 또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는 것 모두 목적은 산재의 위험에 노출된 근로자를 보호하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에도 노·사·정·학 모두가 합심해, 효과적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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