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환 | 쌍용양회 동해공장 환경안전팀
전도(顚倒) 재해란 무엇인가? 평면 또는 경사면 등에서 바닥에 놓여 있는 물체 또는 바닥 상태의 불량으로 중심을 잃고 ‘넘어지거나 미끄러져’ 인적상해나 물적손실이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넘어지거나 미끄러짐으로 인한 재해로 이해하면 된다. 전도 재해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근로자가 직접 전도되는 경우다. 이는 주로 작업장의 정리정돈이 불량하거나 근로자의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되는 때가 많다. 즉 근로자가 넘어지면서 신체의 일부가 다른 물체에 부딪혀 인적재해로 연결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시설물, 건설기계, 차량 등이 전도되는 경우다. 이는 지반 침하, 바람, 진동, 관성력 등 외부요인에 의해 발생되는 것으로, 전복이라 표현한다. 설비나 차량의 전복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설비를 조정하는 운전자, 주변 작업자, 불특정 근로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
전도의 시초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없지만, 필자는 구전동화 ‘3년 고개’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잠시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기록물을 근거로 이 이야기를 풀어보자. 얼토당토 않는 구전동화이지만, 사건의 발단은 한 할아버지가 밤 길 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 재의 이름은 ‘3년 고개’로, 넘어지게 되면 3년 밖에 살지 못 한다는 소문에서 유래됐다.
이런 위험한 고개를 넘으면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건만, 불행히도 할아버지는 이 고개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는 아내에게 ‘3년 고개’에서 넘어진 사실을 알리며 눈물을 흘렸다. 그 뒤로 할아버지는 앞으로 ‘3년 밖에 살지 못한다’는 근거 없는 미신을 두고 온갖 고민, 근심, 걱정, 수심, 상심 등에 빠졌다.
이 때 할아버지에게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이웃의 어린 학동이 찾아와 근심을 풀 해법을 알려주겠다고 한 것이다. 학동은 할아버지에게 “3년 고개에서 세 번만 다시 구르라”고 말했다. 황당한 제안을 들은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노발대발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기가 막힌 묘안이었다.
학동의 논리대로 하면 한 번 구르면 3년이요. 두 번 구르면 6년, 세 번 구르면 9년을 사는 것이니, 구르면 구를수록 오래 사는 방법이었다. 실로 묘안 중에 묘안이었다. 벌떡 일어 난 할아버지는, 그 길로 곧장 3년 고개로 달려가서 구르기 시작했다. 어린 학동은 ‘3번만 구르라’했지만, 할아버지는 욕심쟁이가 되어 수없이 구르고 굴렀다.
이 3년 고개 얘기는 현실에 없는 그냥 구전동화에 불과하다. 그런데 우리 산업현장에서 이 구전동화가 마치 실화인 듯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 산업현장에서 3년 고개의 할아버지처럼 넘어짐을 반복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중상해’ 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3번 구르기는 커녕 ‘단 한 번’도 위험하다.
그러니 우리는 절대 3년 고개를 믿어선 안 된다. 쌓여 있던 ‘자재’의 전도에 내가 깔리는 사고가 있어서는 안 되고, ‘계단’에 미끄러져 내가 구르는 사고도 있어서 안 되며, 미끄러운 ‘바닥’에 내가 넘어지는 사고가 있어서도 안 된다. 동화가 아닌 현실에서는 ‘돌다리’를 건너다가도 넘어져 ‘발’이 빠지게 되면 ‘중상’에 해당되고, ‘몸 전체’가 빠지면 ‘사망’에 이른다는 개념을 가져야 할아버지처럼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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