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소설, 절망의 강
실화소설, 절망의 강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3.09.25
  • 호수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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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作
제1부 누가 이 여인을 이렇게 만들었나? ⑩

이제는 이미 다 쏟아진 물이 되었지만 배지숙은 어느 날 숙희의 친구 편에 다음과 같은 편지 한 통을 전했다. 

사랑하는 숙희에게

숙희야!
선생님이 전하는 이 편지를 숙희가 남의 도움 없이 받아 읽어주면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런 일이 되겠니? 이 못난 선생님 어떤 말 무슨 글로써 너의 그 크나큰 마음의 상처를 위로할 수가 있겠냐마는 그러나 선생님은 너의 부모님 앞에 나타날 용기가 나지 않아 이렇게 부끄럽고 면목 없이 편지와 내 작은 성의로 금일봉을 보내니 너의 치료비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사랑하는 숙희야! 선생님 용서할 수 없겠니?

뒷일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서 나의 생각만을 하고 너에게 그런 심부름을 보내 그만 그런 불행한 일을 당하게 했구나 생각을 하니 선생님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 찢겨지는 것 같구나. 숙희야 지금 선생님이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부처님께 빌고 빌어 숙희의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하루 속히 치유시켜 달라고 지성껏 불공드리고 매달리는 길 밖에 없겠구나.

그래서 오늘 선생님은 학교에 사표를 내구 입산수도 하려고 결심했단다. 전지전능하신 부처님께서는 심성이 천사 같은 우리 숙희를 절대로 외면 하시지 않으리라, 숙희야! 우리 절대 희망을 버리지 말구 이 기막힌 시련을 함께 극복하자. 이 선생님 너의 정신이 되돌아오는 날 너를 껴안고 통곡을 했으면 싶구나.

사랑하는 나의 제자 숙희야!

선생님이 그날 너에게 심부름시켜서 사온 「랭스턴 휴즈」의 시집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시 한 구절이 실려 있어 선생님 마음이 더욱 애잔하다만 읽어주기 바란다.

‘때로는 불 없이 깜깜한 어둠 속을 갔다’
그러니 얘야! 사는 게 좀 어렵다고 제발 주저앉지 말아라.

- 여기서 넘어지지 말아라. <면목 없는 선생님 씀> -


마을의 같은 반 친구로부터 이 편지를 전해 받은 그 다음날 숙희는 또다시 움막의 철창을 뜯어내고 옷을 홀랑 벗어버린 채 담장을 뛰어넘어 나가고 말았다. 몸서리나는 강간 피해의 충격으로 맑은 정신이 육체에서 도망쳐 나가버렸듯이 그렇게 자꾸만 그녀는 집에서 도망치려 했는지도 모른다.

숙희의 발광 증세는 날로 심각해져 잠시라도 틈만 있으면 움막을 뜯고 탈출을 시도하였으며 그럴 때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상상하기 어려운 괴력을 발휘하였다. 이런 소문은 이 마을은 말할 것도 없고 인근 마을까지 확산되어 나가 인근 지역꼬마들까지 학교 공부가 끝나기가 무섭게 송산댁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개중에는 짓궂은 아이들이 심지어 담을 넘어 들어가 숙희의 알몸 구경에 열을 올리고 나뭇가지와 흙을 던지기도 하지만 숙희는 여전히 히죽히죽 웃다가는 험악한 욕설로 고함을 버럭 질러 꼬마들을 놀라게도 하고 그러다가는 또 구슬픈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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