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소설, 절망의 강
실화소설, 절망의 강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3.10.02
  • 호수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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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 作
제2부 한 여인의 인생을 참담히 짓밟은 짐승들 ⑪

우~울 밑에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그럴 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뚝뚝 흘리고 무언가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몰려든 아이들을 쫓아내고 송산댁이 밥을 가지고 가면 “그, 그 놈들 못 봤어? 나 그 놈들 잡으면 뜯어 먹을 거야” 하면서 이를 부드득 갈기도 하였다. 저것이 얼마나 원한이 사무쳤으면 정신을 잃고서도 저러는가 싶어 밥만 넣어 주고 오려던 엄마는 남편 모르게 창살 자물통을 열고 움막 안으로 들어가 정신 잃은 딸을 껴안고 하염없이 울었다.

비가 오고 천둥 번개가 치는 밤이면 그녀의 발광 증세는 더욱 거세어지고 눈빛은 마치 덫에 걸린 산짐승이 어둠 속에 쓰러져 시퍼렇게 발산하는 무섭고 소름 끼치는 눈빛 같은 그런 광채를 띄우고 마음대로 뛰어다니던 맹수를 잡아 우리 속에 가두어 두면 입에 붉은 피를 흘리면서 창살을 물어뜯고 몸부림치며 발악하는 그런 형상이었다.

그녀의 서러운 노래며 짐승의 울음 같은 무서운 비명 소리와 처절한 몸부림은 더러운 세상을 향한 분노의 함성일까? 아니면 자신의 육신과 영혼을 참담하게 짓밟은 인간들을 향한 저주의 항변일까?

본인도 본인이지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외딸이 잔인무도한 치한들에 너무도 억울하고 너무도 비인간적인 삶의 나락으로 떨어진 모습을 아무런 대책 없이 바라만 봐야 하는 부모의 가슴은 정말이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아픔을 겪고 있는데 이웃과 동네 한 켠에서는 비정스럽게 마치 이 집 딸이 무슨 매춘 행위라도 한 것처럼 평소의 소행이 어쨌다느니 하면서 말들을 만들어 이제는 이 댁 식구들을 마을에서 쫓아내려는 소위 숙희네 가족 추방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그 며칠 후였다. 송산댁이 장에 갔다 오면서 들어보니 작년인가 서울에서 이사 들어온 창륭이 엄마라는 성미 고약스럽고 술 잘 먹기로 소문난 여자가 제일 앞장서서 이런 일을 꾸미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송산댁은 너무 분하고 원통하여 치가 떨렸다.

처음 이사 와서는 간이라도 빼 줄듯이 살살거리며 장도 김치고 얻어다 먹고 필요할 땐 돈까지 무이자로 빌려 쓰던 이 여자는 농촌 부인에게 어울리지 않은 붉은 염색을 하고 다녀 별명이 빨강머리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서울에서 무슨 가요 주점인가 술장사를 하면서 낙찰계를 만들어 곗돈을 몽땅 사기해 가지고 남편과 이혼을 하고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아들 창륭이를 데리고 친정이 있던 이곳으로 피신을 와서 질이 퍽 좋기 않은 여자였다.

창륭이 엄마, 빨강머리는 지난 가을 마을 사람들과 온천 관광을 가서 술이 만취해 남자들과 어울려 춤을 추다가 유부남과 눈이 맞아 인근 모텔로 들어가 간통을 하려다가 그 남자 부인의 추적에 걸려 미수에 그친 행실이 상당히 안 좋은 여자였건만 마을 사람들이 이 여자를 함부로 다루지 못하는 것은 그녀의 아들 창륭이 서울에서 불량배 생활을 하여 성질이 매우 포악하고 아이든 어른이든 자기 눈에 거슬리면 반드시 해코지를 하고 툭하면 다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을 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속으로는 그들 모자를 상대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겉으로는 어느 누구도 그들을 멀리할 수 없는 이유는 빨강머리의 더러운 악담에 오르내리기 싫고 또한 그녀의 아들 창륭의 보복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마을에는 언제부터인지 “똥이 무서워 피하는가?” 하는 말이 나돌고 이는 바로 이들 모자에게 던져대는 증오의 파편들이 되고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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