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숙 사이클 선수, 633km 대장정 완주

걷지도 못하던 재해자에서 희망 전도사로 변신
산업재해로 인한 후유증을 딛고 자전거로 국토를 종단한 산재근로자가 있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올해 예순여섯의 신혜숙 사이클 선수다.
신혜숙씨는 16년 전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안전사고를 당해 허리를 크게 다쳤다. 척추 교정수술을 포함해 물리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받았지만 산재로 인한 후유증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제대로 걷지를 못해 가까운 거리를 갈 때도 가다서다를 반복하던 그는 구청에 전동스쿠터 지원을 신청했다. 하지만 구청은 지체·청각장애 2급인 그를 장애 정도가 낮다며 지원대상에서 제외했다.
당시엔 구청의 이 결정이 억울하고 원통하기만 했지만, 결론적으로 그에겐 이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어쩔 수 없이 혼자 힘으로 이동을 할 수 있는 수단을 찾던 그는 우연히 자전거를 타게 됐다. 그런데 극심한 통증이 있을 것이란 걱정과 달리 오히려 통증이 덜했다. 허리를 구부려 타다보니 허리에 비교적 적은 힘이 가해졌기 때문이었다.
이에 그는 용기를 내어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생의 마지막 목표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자전거를 타다보니 실력은 물론 체력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특히 산재로 인해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란 자괴감을 극복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이후 그는 자신이 얻은 용기와 희망을 세상에 전하고 싶었고, 그 첫 번째 목표로 ‘국토종단’을 선택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체력 향상에 더욱 매진했고, 모든 준비를 끝낸 지난 8월 30일 드디어 인천에서 대장정을 시작했다.
생애 첫 장거리 주행에 극심한 통증이 수시로 밀려들었지만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하루 200km 씩을 달렸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 충주와 칠곡, 창녕 등을 거쳐 지난달 2일 부산 하구둑에 도착했다. 그렇게 그는 3박 4일 633km의 대장정을 사고 없이 잘 마무리하면서 또 한 번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다.
신혜숙씨는 “쓰러지지 않겠다,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끊임없이 노력을 한 결과 산재의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도전을 통해 삶에 지친 산재근로자와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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