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소설, 절망의 강
실화소설, 절망의 강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3.10.09
  • 호수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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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 作
제2부 한 여인의 인생을 참담히 짓밟은 짐승들⑫

그러던 어느 날 송산댁에는 시내 중학교에서 체육교사를 하는 친정 동생 박경준이 다녀갔고 그때 동생에게 무심코 “아무래도 빨강머리 아들 창륭인가 하는 그 놈이 수상쩍으니 그 놈의 행적을 어디 아는 경찰이라도 있음 한번 부탁해서 알아봐라”고 하였다.

박경준은 누님의 부탁을 외면할 수가 없어 일단 그 마을에서 자신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상대로 창륭이란 놈의 생활 태도를 물어 보았던 게 그만 또 하나의 자극제가 되어 빨강머리의 숙희네 가족 추방 운동은 더욱 열기를 뿜게 되고 두 가정의 사이는 그야 말로 견원지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드디어 마을에서는 숙희의 정신이상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종합하여 송산댁 가족 추방 문제를 1가구 1인의 찬반 투표로 결정키로 합의를 하고 마을 이장과 부녀회 회장 감독 하에 비밀 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의를 한 날 밤이었다. 송산댁 마당에는 비닐봉지에 담긴 쪽지 한 장이 떨어져 있었다. 그 쪽지에는 다음과 같은 굵은 매직펜 글이 담겨 있었다.

“만일 투표에 이긴다고 이 마을에 계속 버티고 있으면 이 집 구석에 석유를 확 뿌려 불바다를 만들어 버릴 것이니 알아서 해라!”

참으로 섬뜩한 협박의 통지였다. 송산댁 내외는 이게 다 누구의 짓인지 알았지만 어질고 착한 두 사람은
이 협박 자체를 극비에 붙이기로 언약을 하고 들판으로 일을 나갔으나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특히 송산댁은 남편보다 더 분하고 원통해서 온종일 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가슴을 칠 수밖에 없었다. 애지중지 낳고 기른 외동딸이 절망의 강에 떠내려가고 있는 판국인데 누가 우리의 가족에게 또 이런 못된 협박을 하고 무서운 돌팔매를 던진단 말인가.

‘그래, 맞아! 틀림없어. 그 여자야! 내 판단이 틀림없어…’하고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송산댁은 얼른 남편 곁으로 달려갔다.

“여, 여보! 그 여편네가 틀림없어. 그 빨강머리 말이야. 그 년 아들 놈 있잖아. 창륭인가 창룡이라던가 하는 그 놈팽이 놈 말이유. 내 예감이 틀림없어요. 그 때 우리 숙희가 그런 참변을 당하고 이튿날 당신이 경찰서 정형사 만나러 간 그 시각에 그 놈이 우리 대문간에서 우리 집 분위기를 엿보고 있는 걸 본 사람이 있어. 언젠가 내가 어느 신문에서 본 일이 있는데 강력범들은 사건 발생 이후엔 반드시 그 현장이나 피해자 가족 동태를 살피는 공통적인 버릇이 있다고 했더라구요. 제 놈이 아무 상관없으면 왜 하필이면 그날따라 우리집 대문을 기웃거렸겠수? 안 그래유. 여보?”

“그러고 보니 그 놈 행동이 좀 수상쩍다 싶네. 며칠 전이지 아마 저쪽 상칠네 가게에 내가 담배 한 갑을 사려고 들어가니까 그 놈이 마시던 술을 그대로 두고 슬그머니 일어나 그냥 피해버린 일이 있어.”

“그래요. 그 놈 맞아요. 그래서 애미라는 년은 혹시 우리 숙희가 제정신을 차리고 그래서 제 아들놈 범행이 탄로라도 나면 어쩌나 싶어 도둑이 제발 저리다는 격으로 입에 거품을 물고 우릴 이 마을에서 쫓아내려고 그년이 발악을 하는 거야. 내 말이 틀림없어요. 그러니 당신이 먼저 이장님 찾아가서 자초지종 말씀을 좀 드려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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