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소설, 절망의 강
실화소설, 절망의 강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3.10.23
  • 호수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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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 作
제2부 한 여인의 인생을 참담히 짓밟은 짐승들 ⑭

“여러분! 서양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남의 불행을 비웃지 마라. 자신의 행복이 영원하리란 보장이 있는가라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도 자신의 앞날을 모르니까 이웃에 우리보다 불행한 사람이 있으면 최소한의 애정을 가지고라도 그들을 도와주고 보살펴야 합니다. 제가 오늘 이런 말씀까지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다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 경찰대학 졸업반이구 내년에 경찰 간부로 임관을 할 겁니다. 그러면 저는 꼭 이 고장으로 발령을 받도록 자원을 할 것이며 그땐 저 송산댁 딸 김숙희를 잔인하게 짓밟은 짐승보다 못한 강간범들을 반드시 제 손으로 잡아내어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시킬 겁니다.

여러 어르신들 도와주십시오. 어느 가정 어떤 집에 여자가 없고 딸이 없는 집이 어디에 있습니까? 따지고 보면 여기 모이신 아줌마나 할머니들도 모두 여성이고 이 땅의 딸들입니다. 그런데 왜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저렇게 짓밟혀 울고 있어야 합니까? 우리 모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불우한 이웃을 도웁시다. 도와주십시다!”

보라의 연설이 끝나자 다시 한 번 박수소리가 마을 회관 창문을 흔들었다. 눈을 감고 경청을 하고 있던 마을 이장 한 씨는 수원 댁의 딸 보라양의 제안 연설에 자신도 공감을 하며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보라양은 무지하고 이기적인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으며 따라서 송산 댁 추방문제는 없었던 일로 하고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고 투표를 결정한 자신의 경솔함에 책임을 지고 오늘부로 마을 이장 직을 사퇴한다고 선언하고는 폐회를 선포했다. 그 때 회의장 안에서 누군가가 한마디 던진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도랑물 다 더럽힌다더니 그 말이 틀림없구먼.”

껌을 짝짝 씹으며 눈치만 살피며 앉아있던 빨강머리는 기가 푹 죽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하더니만 그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흩어지는 아낙들은 저마다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 같다며 회심의 미소를 던진다. 평소 같으면 소주병을 들고 수원 댁을 찾아가 똑똑한 딸 두어 좋겠다고 빈정대면서 어떤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한판 싸움을 벌일 여자이건만 그녀가 오금을 못 펴는 것은 수원 댁 딸이 경찰대학 졸업반이고 곧 이곳으로 발령을 받아 와서 숙희의 강간범을 반드시 잡아내겠다는 그 한 마디에 초저녁부터 마신 술이 확 깨버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신이 저지르고 도망 온 서울의 사기 사건까지 들통이 날까봐 오줌까지 지릴 뻔했으며 이 날 밤늦게까지 잠을 못 이루었다.

한편 이튿날 이런 소식을 전해들은 송산 댁 내외는 수원 댁 딸 진보라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끼면서 눈물을 적시기도 하고 숙희 아버지는 아내에게 오늘 저녁에 닭장의 살진 암탉이라도 한 마리 들고 수원 댁을 찾아가서 인사라도 드리고 오라고 시키고는 어디를 간다는 말도 없이 집을 나갔다.

그 이틀 후 저녁 때 이 집에서는 또 하나의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웃에 사는 미란이 아버지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수, 숙희 엄마! 저… 저 숙희 아버지가 그만…….”

숙희 엄마 송산댁의 가슴은 또 철렁했다.

“예. 무슨, 무슨 일인데요? 수, 숙희 아버지가 도대체 어떻게 되었다는 겁니까?”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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