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치료비, 사업주 대신 국민들이 납부한 셈
산재은폐·미신고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산재보험료를 전 국민이 건보료로 대신해 납부해준 셈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3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산재 은폐·미신고로 인해 발생하는 건보재정 손실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2991억원이었으며, 올해 9월까지만 해도 부당수급 환수결정액이 539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액수는 건보공단 등에서 적발한 액수일 뿐, 실제 산재 은폐·미신고로 인한 건보재정 손실 규모는 해마다 수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심 의원은 “산재 은폐·미신고로 인해 발생한 건보재정 손실 규모는 2014년 기준으로 최소 2646억원에서 최대 7723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손실규모는 최소 1조 4620억원, 최대 4조 2673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고용노동부가 집계하는 공식 산재 피해 근로자는 연간 9만여 명이다. 이와 관련해 임준 가천의대 교수는 2011년 기준으로 산재 은폐·미신고 규모를 100만명으로 추정한 바 있다. 또한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는 지난 3월 2주 동안 울산 동구 지역 정형외과를 대상으로 한 자체 조사만으로 산재 은폐 사례를 106건이나 찾아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대한전문건설협회나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등 전문기관에서 실시한 건설업 분야 산재조사에서도 치료비를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은 경우가 최소 41.2%에서 최대 83.1%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실제 산재 피해자는 공식통계보다 최소 10배가 넘을 것이라는 게 심 의원의 설명이다.
사망자수에 비해 산재보험료 대상인 업무상 사고 등의 비율이 턱없이 낮다는 점도 산재보험료 대신 건보료로 납부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방증해주는 대목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만인율(산재 가입 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수)은 1.2명이다. 이는 200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0.48명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그러나 사망사고가 아니라 산재보험료를 받은 업무상 사고 혹은 직업적 손상률을 보면 한국은 OECD 평균 대비 5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심 의원은 “고용부가 운영하는 산재은폐신고센터는 지난 5년간 4건을 적발했다”며 “정부는 철저한 감시체계를 마련해 적극적으로 산재은폐 사례를 적발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는 건보공단에 대해서도 “건보공단은 재정에 악영향을 끼치는 걸 알면서도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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