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 作
제2부 한 여인의 인생을 참담히 짓밟은 짐승들(19) 한편, 이 무렵 정형사가 근무하고 있는 경찰청 형사계 강력사범 단속 전담 부서에서는 시골건달 두 명이 잡혀와 조사를 받고 있었다.
형사 = 너 인마, 키 큰 놈 이리 와 앉아!
건달 = 왜 반말 찍찍합니까? 민주경찰이 죄 없는 사람을 잡아다 놓고 이래도 됩니까?
형사 = 어쭈, 이 새끼가 제법 웃기고 있네. 뭐? 민주경찰이?…….
건달 = 그래요. 내 외사촌 형님이 기잡니다. 알아요? 당신들의 횡포, 나가면 우리 형님에게 전부 일러바칠 거요. 어젯밤 잠도 안 재우고 우릴 족쳤다고.
형사 = 그래 인마! 기자 형님 아니라 경찰청장이 너네 삼촌이라 해도 빠져 나가지 못해, 알았어?
건달 = 마음대로 해 봐요. 물적 증거가 있으면….
형사 = 너! 걔 숙희 강간한 것 맞지? 불어 빨리.
건달 = 시팔. 난 그 계집애 얼굴도 본 적 없어요.
형사 = 그럼 저자식인가?
건달 =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내가 알기로는 쟤는 평소에 교회도 다니고 그런 짓 할 친구 아니에요.
형사 = 그럼 네 놈이 그랬구먼. 딴 놈하고 같이.
건달 = 생사람 잡지 말아요. 시내 이용원에만 가도 그 계집애보다 예쁜 년들이 기분 끝내주게 해주는데 미쳤다고 털도 없고 비린내 나는 중학생을 잡아먹고 그래요?
형사 = 너 인마, 지금 뭐라 했어? 그 피해자가 중학생이라고 했지! 그걸 어떻게 알아?
(이때 건달은 아차 실수했구나 싶은지 머리를 긁적대며 ‘그건 들어서 알아요’한다.)
형사 = 너 그 피해자가 중학생이란 걸 어떻게, 누구에게 전해 들었는지 말해 봐. 어서!!
건달 = 그건 우리 엄마에게 들었어요. 계집애가 평소에 행실이 안 좋아 그런 일 당했다고 한 말 동네 사람들한테 들었나 봐요.
형사 = 너희 엄마 서울에서 술집하면서 계주노릇하고 남의 돈 떼먹고 도망 온 여자 맞지?
건달 = 웃기지 마쇼. 우리 엄만 그런 여자 아니에요. 남자는 좀 밝히는 편이고 술집한 건 맞지만.
형사 = 너희 엄마 부른다.
건달 = 왜 죄 없는 우리 엄마까지 괴롭혀요? 우리 엄마 성질나면 물불 안 가려요.
괜히 잘못 건드리고 후회하지 마쇼, 형사 형님!!
형사 = 인마, 왜 내가 네 형님이야. 그런 개소리하지 마. 그리고 지금 그 피해자가 곧 출산할 거야. 그때 넌 각오해. 그 영아 피를 뽑아 국과수에 너희 놈 피와 함께 보내 디엔에이 감정하면 당장 탄로 나. 이 새끼야. 그땐 너흰 최하 5년은 햇볕 못 봐.
건달 = 웃기지 마유. 난 나 같은 놈 새끼 낳을까봐 벌써 정관 수술해 버렸당께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씨 없는 수박이란 말이요.
형사 = 야, 이 자식 정말 교활한 놈이네. 아주 치밀해. 너 정관수술 어디서 했어?
건달 = 시팔. 그건 남의 사생활이고 프라이버시 침해요. 그리고….
형사 = 그리고 뭐야? 왜 말하다가 입을 닫아?
건달 = 형님. 우선 담배나 한 대 주시우.
형사 = 이 새끼 이거 예사로 다루어선 불 놈 아니군. 너 오늘밤 물맛 좀 보여 줄까?
건달 = 야, 이거 정말 미쳐 버리겠네. 그 놈의 계집애 어느 놈하고 재미보고 애 배 가지고 여러 사람 괴롭히네, 시팔.
이때였다. 창륭(건달) 엄마가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술을 잔뜩 마시고 얼굴이 빨갛게 되어 형사실로 뛰어 들어 왔다.
여자 = 이봐요, 형사님! 우리 아인 곡식에 제비 같은 아입니다. 지금껏 계집애 아니 여친 하나 사귀지 않고 착하게 살아가는 모범청년인데 왜 경찰에서 취조를 해요?
형사 = 아주머니가 얘 어머니예요?
여자 = 그래요. 내가 저 김창륭 어미예요.
형사 = 그럼 밖에 나가 좀 기다리세요. 아니면 돌아가시든지.
여자 = 아니 돌아가라니요? 왜 산사람 죽으라고 돌아가라고 저주해요?
형사 = 그 아들에 그 엄마로군. 참 잘 어울리네. 모전자전. 이봐요, 아줌마. 지금 그 동네서 뭐라고 하는지나 아세요?
여자 = 어떤 년놈이 우리 모자를 모함해요? 아가리를 찢어버릴 것들….
(이때 창륭 엄마는 게거품을 물고 담배를 꺼내 아들에게 건넨다.)
형사 = 이봐요, 아줌마! 여기가 당신네 안방입니까? 여긴 경찰서 형사실 금연구역 이요. 저 팻말 보이지 않아요? 당장 나가세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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