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 作
제2부 한 여인의 인생을 참담히 짓밟은 짐승들 (20) 건달 = 이봐요, 형! 너무 심하시다. 우리 엄마 나이가 오십이 넘었어요. 당신 큰 누님뻘인데 그렇게 막 해도 돼요?
(하면서 까치독사 같은 눈으로 형사를 째려본다.)
형사 = 넌 가만히 앉아 있어!!
(하고는 책상 서랍에 들어 있던 수갑을 꺼내 놈의 손목에 채웠다. 그러자 옆에 있던 건달의 엄마가 형사의 얼굴에다 들고 있는 종이컵 커피 잔을 던졌다. 얼굴에 커피 범벅이 된 형사는 소리를 지른다.)
형사 = 야! 밖에 대원 없나. 빨리 와! 이 여자를 당장 공무집행방해로 잡아넣어.
여자 = 이 형사 미쳤네. 제 놈이 먼저 내 히프를 주물러 놓고…. 얘, 너도 봤지? 이놈이 내 몸에 손대는 거….
(그러면서 여자는 아들에게 윙크하듯 눈짓을 한다.)
건달 = 맞아요. 이 새끼가 내 손목에 수갑을 채워 의자에 묶어 놓고 엄마 엉덩이를 주물렀어.
이때 형사는 황급히 손수건을 꺼내어 얼굴과 눈을 닦고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여자 = 이보세요, 형사님! 저 아이만 풀어주면 형사님이 나에게 성추행한 것 없었던 걸로 할게요.
형사 = 이 여자가 돌았나. 어디 모자지간에 감방 신세 한번 져 보슈. 아들은 강간죄, 엄마는 공집방해. 아 재수 없어. 어젯밤 꿈자리가 더럽더구먼.
여자 = 한 번만 봐 주면 난 두 번 봐 줄 텐데….
(이때 밖에 있던 전경들이 달려와 여자를 끌고 나가 옆에 붙은 유치장에 밀어 넣는 소리가 들렸다.)
건달 = 일 참 재미있게 전개되네. 시팔. 생사람들 이렇게 잡아도 되나? 내가 나가기만 해 봐. 그냥 있나!
(하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건달의 고함소리와 전경들의 보고를 들은 당직과장이 형사실로 급히 왔다.)
과장 = 뭐야? 왜 이리 소란이야!!
형사 = 예 과장님. 죄송합니다. 이놈이 그때 방송에까지 나왔던 강간피의 용의자인데 오늘 또 딴 곳에서 어린 여학생 꼬셔가지고 차에 태우는 걸 시민신고로 잡아 왔습니다.
과장 = 저 여잔 또 뭐야?
형사 = 약간 돈 여자 같아요. 이 놈 엄마인 모양인데 술에 만취하여 나보고 자기 성추행했다고 뒤집어씌우고 커피 잔을 던져 제 눈까지 다쳤습니다.
과장 = 그 여자 간 크네. 그러니까 내가 늘 말했지. 여자 조심하라고. 못된 여자는 툭하면 이 남자가 자기 유방 만졌다고 생트집 잡는다고.
건달 = 과장님. 제가 똑똑히 봤어요. 저 형사가 우리 엄마 엉덩이 만지는 거요.
과장 = 넌 가만히 있어! 경찰서에 시시티브이가 다 보고 있었을 것이니….
형사 = (그때서야 저 쪽 벽에 걸린 카메라렌즈를 바라본다.)
여자 = 야! 오줌마려 죽겠어. 빨리 철창 문 열어!!
전경 = 그쪽에 화장실 있잖아요.
그러자 형사 앞에서 눈을 부라리던 건달은 “어디 내가 나가면 봐. 몇놈은 목을 날릴 것이다”하며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적반하장 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건달이 강간미수 혐의로 잡혀 오긴 했으나 구속시킬 물증이 없다는 점이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으니 형사과장은 바로 석방 지시를 내린 것이다. 말하자면 24시간 이상 붙잡아두지 못하는 인권 문제 때문이다.
그래서 풀려나간 건달과 그 친구는 나가자마자 담당 형사를 모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형사가 자기 어머니 엉덩이를 만졌다고 고소장을 꾸미기 시작했다. 함께 붙들러 갔던 제 친구가 그걸 보았다고 가짜 증인을 만들어 허위 고소장을 쓰도록 법무사에게 의뢰한 것이다. 무식한 놈은 간도 크다는 말처럼.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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