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소설, 절망의 강
실화소설, 절망의 강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3.12.25
  • 호수 2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진 作
제2부 한 여인의 인생을 참담히 짓밟은 짐승들 <마지막회>

그때였다. 집 앞에 난데없이 택시 한 대가 도착했고 그 택시에서는 30대 후반의 아름다운 한 여성이 차에서 가방을 들고 내렸다. 하늘에서는 금방 소낙비라도 내릴 듯 짙은 먹구름이 낮게 깔려 있다.

“저~ 여기가 김숙희 학생 네 맞습니까?”
“그런데요. 지가 숙희 어민데요. 누구신가요?”

“아, 예. 저는 얼마 전에 어머님께 편지를 올린, 전에 숙희 담임을 맡았던 배지숙입니다.”
“아이고, 선생님! 이 누추한 시골까지…. 어서 들어오세요. 그나저나 선생님. 어떻게 하지요? 저~ 숙희가.”

“아니, 숙희가 어떻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지금 진통이 왔거든요.”
“네? 어서 가보세요. 숙희가 어디 있는지….”

두 여인은 숙희가 갇혀 있는 저쪽 움막 방으로 달렸다. 숙희는 혼수상태였고 온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얘! 숙희야. 너희 선생님이 오셨어. 알겠니? 알아볼 수 있겠어?”
송산댁의 울부짖음이었다.

그러나 숙희는 입을 굳게 앙다물고 끙끙대고 있었다.
“응. 숙희야! 그래 얼마나 힘들겠어. 나야, 선생님. 알겠니?”

그러자 숙희는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뜬다.
그리곤 배 선생을 노려본다.
“가! 이년아! 여기가 어디라고 와! 여우같은 년!”

“그래, 맞아. 내가 올 곳은 아니지. 그런데 어젯밤 꿈자리가 하도 수상해서 오늘 이렇게 달려 온 거야. 미안해 숙희야. 네가 뭐라고 원망을 하고 저주를 해도 난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어.”

드디어 숙희는 사지가 틀어지는 진통이 오고 있었다.
“어머님. 여긴 제가 지키고 있을 테니 얼른 산부인과에 연락하여 의사 왕진을 시키세요.”

숙희 엄마는 다시 안방으로 달려가 114에 전화를 건다는 게 얼마나 다급했던지 119 전화번호를 눌렀다. 저쪽에서 둔탁한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

“예. 일일구 비상대기 반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네. 여기 급한 산모가….”

“예! 산모면 산부인과로 전화하셔야지 여긴 화재신고. 아니 좋습니다. 어째 산모가 위독한가요?”
“예. 어서 구급차를 좀 보내주세요.”

그러는 사이 뒷방에서 배지숙의 다급한 목소리가 온 집 안을 흔들었다.

“어머니! 숙희 어머니! 어서 와보세요. 아기가 거꾸로 나와요.”

송산댁이 비호같이 달려와 딸의 다리를 붙잡았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못 견디게 몸부림치던 숙희의 양다리가 그만 축 늘어지는 것이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산모는 그대로 숨을 거둔 것이다.

“어머나, 이것아! 이 불쌍한 것아! 네가 죽다니.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결국 미혼모 김숙희는 죄악의 씨, 두 쌍둥이 아이를 출산하지 못하고 숨을 가두고 말았다. 송산댁도, 배지숙도 할 말을 잃어버리고 그냥 흐르는 눈물만 훔치고 있었다.

그때 대문 앞에는 소방서 구급차가 사이렌소리를 내며 도착하고 대낮인데도 헤드라이트를 켜둔 채 소방관 두 명이 집안으로 뛰어 들어온다.

갑자기 서쪽 하늘에서 번개가 일고 굵은 장대비가 퍼붓기 시작한다. 우루루 쾅쾅! 뇌성이 지축을 흔들었다.

※지금까지 연재된 ‘절망의 강’은 이번 호로 끝을 맺고 신년 초부터는 ‘욕망’이라는 새롭고 흥미로운 소설이 연재됩니다.

  • 서울특별시 구로구 공원로 70 (대한산업안전협회 회관) 대한산업안전협회 빌딩
  • 대표전화 : 070-4922-2940
  • 전자팩스 : 0507-351-7052
  • 명칭 : 안전저널
  • 제호 : 안전저널
  • 등록번호 : 서울다08217(주간)
  • 등록일 : 2009-03-10
  • 발행일 : 2009-05-06
  • 발행인 : 박종선
  • 편집인 : 박종선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보현
  • 안전저널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본지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Copyright © 2025 안전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hkim@safety.or.kr
ISSN 2636-0497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