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욕망(慾望)
장편소설, 욕망(慾望)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01.01
  • 호수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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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진 | 그림, 김주헌
이번 호부터 새로 연재되는 소설 ‘욕망’은 우리 인간들의 삶에 수없이 일어나는 욕심과 탐욕, 그 ‘악의 불꽃’ 에 대한 반면교사 거울 같은 소설이다. 모든 불행과 비운은 대부분이 부질없는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임에도 사람들은 그것을 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어느 날 돌이킬 수 없는 절망의 계곡으로 떨어지고 만다.

더 즐기려고 도덕의 성을 넘고 더 출세하려고 불의(不義)한 짓을 하고 더 많이 가지려고 부정(不正)한 행동을 하다가 그만 평생을 쌓아온 명예와 건강도 다 잃어버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므로 이런 문학적 메시지를 통하여 행복과 불행이 무엇이며 진정으로 안전(安全)한 삶이 무엇인지를 깨우치게 될 것이다.

<제1회> 
제1부 탐욕의 성(性)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여름 하늘이다. 다니던 회사에서 순간의 부주의로 그만 안전사고를 내어 사람을 다치게 하고 면직이 되어 실업자가 된지 석 달이 넘은 준식은 아침부터 가슴이 답답하여 아파트 관리실 입구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생활 정보지 한 개를 뽑아 터덕터덕 담배 가게로 걸어갔다.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울까? 주머니에는 딸랑 천 원짜리 3장 밖에 없다. 진작 끊으려 했던 담배를 아직 끊지 못한 후회를 하면서 그는 젊은 사람답지 않게 담배 중에도 시골 노인들이 많이 피우는 제일 값싼 담배 한 갑을 샀다.

대학을 나오고 ROTC 장교로 임관하여 군대 있을 때 유도 교관을 지냈으며 사단장 개인 경호원 노릇을 한, 멋진 육군 중위였으나 지금은 백수건달 실업자 신세가 되어 누가 아는 사람이라도 볼까 싶어 얼른 싸구려 담배를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정보지를 펴고 구인광고에 시선을 꽂았다. 참으로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이고 연약해 보인다.

‘사원 모집’이니 또는 ‘배달원 모집’ 등등 구구각색의 구인광고란 한 쪽에 명함 크기 정도의 ‘보디가드 겸 기사 급구’라는 광고 하나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방으로 황급히 들어온 준식은 다시 그 광고를 보고는 광고란에다 빨간 사인펜으로 표시를 해두었다. 그런데 그 광고 문안이 일반 구인광고 내용보다 좀 특이한 내용이었다.

1. 외제 승용차(벤츠) 운전 경험자
2. 운전 경력 2년 이상인 자
3. 건강한 독신 남자(유도나 태권도 유단자)
4. 성씨가 장 씨 일 것.
5. 월 보수 300만원(숙식 제공)
6. 보너스 연 500% 지급
7. 능력을 봐서 고액 퇴직금 지급

지금까지 거의 매일 신문의 구인광고마다 뒤져 보았지만 이런 식의 광고는 처음 보는 듯싶다. 다른 것은 다 그렇다 치고 3, 4, 7항의 조건이 준식의 호기심을 은근히 자극하였다. 그래, 내가 장 씨 에다 건강한 독신자 그리고 유단자가 아닌가. 거기에다 사단장 사모님을 벤츠로 모시던 군대 운전까지 따지면 운전 경력이 3년이 넘는다. 그래, 나에게 딱 안성맞춤인 자리야.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는 조바심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준식은 얼른 욕실로 들어가 거울을 보고 면도를 하기 시작했다. 며칠간 면도도 제대로 안하고 계속 소주만 마셔서 그런지 턱수염이 제법 덥수룩하게 자라나 있었다. 1회용 면도기로 수염을 말끔하게 다 밀어낸 거울 속 얼굴을 다시 한 번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자신이 봐도 정말 준수하게 잘 생긴 인물이었다. 남의 자가용 운전기사나 여사장 보디가드나 할 인물이 아니라는 자만심이 슬그머니 솟구쳐 올랐다.

그렇게 생각한 준식은 씨익 웃으면서 우리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재산은 못 물려주었지만 인물하고 물건 하나만은 기가 막힌 명품으로 물려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그는 바지의 지퍼를 열고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해 자주 화를 내고 인상을 쓰며 불끈거리는 자신의 그것을 꺼내 잡고 시원하게 용변을 보았다. 뜨겁고 큼직한 준식의 남성은 참으로 기세가 당당했다. 언젠가 영화에서 본 변강쇠 오줌 줄기보다는 조금 약했지만 땅이 푹푹 패일 정도의 세찬 오줌 줄기가 쏴~ 하고 변기를 쏘아 대고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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