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긴급 진화작업 통해 ‘유독성물질 3만t’ 바다 유출 저지
두 선박 선원 91명 모두 구조 부산 앞바다에서 화학물질을 가득 실은 운반선이 화물선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화재가 나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으나, 다행히 해경의 빠른 조치 덕분에 두 선박에 탄 91명이 모두 구조됐다.
지난 12월 29일 오전 2시 15분경 부산 태종대 남동쪽 14.8㎞ 해상에서 바하마 선적 화물선(5만5000t·승선원 64명)의 앞머리 오른쪽과 홍콩 선적 케미컬 운반선(2만9211t·승선원 27명)의 앞머리 왼쪽 부분이 충돌했다. 이로 인해 케미컬 운반선의 3, 4번 탱크에 큰 구멍이 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순식간에 케미컬 운반선 전체로 퍼졌고, 유독가스를 포함한 연기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특히 케미컬 운반선에 폭발 위험이 높은 살충제, 접착제 용도의 유독성 화학물질이 약 3만t 가량 실려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때 신고를 받은 해경이 도착해 긴급 진화에 나섰다. 해경은 1500t급 함정과 소방정 등 경비함정 16척, 헬기 1대, 122구조대 등을 동원해 화재 진화와 선원 구조작업을 벌여 케미컬 운반선 선원 27명(인도인 11명, 필리핀인 14명, 중국인 2명)을 1시간여 만에 모두 안전하게 구조했다. 이어 해경은 불을 자체 진화하고 대기 중에 있던 화물선을 근처 수리 조선소로 이동시켰다.
이날 해경은 장장 16시간에 걸쳐 진압작업을 벌였지만 결국 불을 완전히 진화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케미컬 운반선은 자체 동력을 잃고 25.7㎞를 표류하다가 이날 오후 7시 30분경 일본 대마도 북동쪽 17.7㎞ 지점에서 일본 영해로 떠내려갔다.
이에 해경은 일본 해상보안청과 협의해 앞으로의 화재 진압 등을 일본에 위임했다. 다만 충돌사고 원인 등 관련 수사는 부산해경에서 맡기로 했다.
해경에 따르면 화물선의 한 승선원이 조사과정에서 “접근하는 케미컬운반선을 발견해 충돌 위험을 느껴 수차례에 걸쳐 무전을 했지만 응답하지 않았고 결국 충돌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이에 해경은 운항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두 선박의 선장과 항해사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
해경, 사고 수습 및 원인조사에 최선
이날 사고는 하마터면 유례없는 ‘해양 대재앙’으로 이어질 뻔했다. 두 선박에 타고 있던 승선원만 91명이었고 사고 케미컬운반선에는 파라자일렌 2만221t, 아크릴로나이트릴 4004t, 스틸렌모토 5152t 등 3종의 화학물질 약 2만9000여t이 실려 있었다.
해경의 인명 구조 및 진화작업이 서둘러 진행되지 않았다면, 다수의 인명이 희생되고 엄청난 양의 유해화학물질이 무방비로 우리 바다에 쏟아질 뻔했다. 현재도 케미컬운반선의 경우 완전진화 생태가 아닌 간헐적 발화상태에 있어 사고의 위험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부산해경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케미컬운반선 주변 1마일 해상 내 선박 운항을 통제하고 있다.
배진환 해양경찰서장은 “사고 직후 해양경찰청장 주관으로 유해 물질 폭발 대비 관계기관 긴급 상황 대책 회의를 개최하였으며 부산 해경에서도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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