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쳤어도 나는 행복하다”
“다쳤어도 나는 행복하다”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0.06.23
  • 호수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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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나이에 산업재해로 하반신마비 장애인이 된 한 청년이 있었다. 한순간의 사고는 그의 수많던 꿈과 희망을 모두 앗아갔다. 좌절, 죽음 등 어두운 그림자가 늘 그의 곁을 맴돌았지만 그는 끝내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는 해볼 수 있는데까지 해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청년은 ‘장애인도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써 일어서야 한다’며 휠체어 등 장애인관련 용품을 파는 ‘휠플러스’라는 회사를 열었다. 청년은 자신이 직접 써보고 만족한 제품만 팔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장애인의 마음을 헤아린 제품만 판다’는 평판 속에 창업 10년만에 연매출 10억원을 올리는 알짜 중소기업으로 우뚝 선 것.

본지는 산재의 역경을 딛고, 성공한 사업가로 거듭난 조성욱 휠플러스 대표이사(44)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타 부서 직원 돕다가 안전사고 입어

 

조성욱씨가 사고를 당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1996년이다. 당시 그는 서울에 위치한 L제과업체의 영업사원으로 근무 하고 있었다. 그가 맡은 일은 여타 회사의 영업사원들과 마찬가지로 거래처를 관리하고, 제품의 납품 과정을 총괄하는 일이었다.

남다른 성실함으로 사내에서 인기가 많던 그는 타 부서의 일을 돕는데에도 항상 적극적으로 나섰다. 사고가 난 그날도 그랬다. 운송파트의 직원들이 출하될 제품을 트럭에 적재하고 있었는데, 일손이 조금 모자른 듯 싶자 한 걸음에 달려가 그들을 돕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운송직원들과 제품을 다 적재하고, 적재의 마무리 단계인 제품의 고정작업을 위해 고무바를 들고 트럭에 쌓인 제품 위로 올라갔다. 트럭 고리에 고무바를 매듭 지어 건 뒤 운송직원들은 트럭 밑에서, 그는 트럭 위에서 고무바를 당겼다.

그때였다. 양측의 힘에 의해 팽팽해져 있던 고무바가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끊어져 버렸다. 이로 인해 잔뜩 힘을 주고 바를 당기던 그는 뒤로 나뒹굴었고, 연이어 트럭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떨어지면서 입은 충격이 조금 있었으나 심한 것은 아니었다. ‘타박상 정도겠거니’하며 일어서려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생각을 바꾸니 세상이 행복해져

설마했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척추골절로 인한 하반신 마비. 스물아홉나이에 다시는 두발로 걸을 수 없게 됐다. 육체적 고통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의 정신적 고통이 뒤따랐다. 단 몇 주 사이에 머리까지 새하얗게 샐 정도였다.

그렇게 10개월여의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그의 마음은 많이 진정됐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을 가지고 더는 후회 속에 살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는 먼저 그동안 살아오면서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것을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다. 그것은 운동과 음악이었다. 먼저 재횔치료를 받으면서 알게 된 지인들과 농구팀을 결성했다. 그리고 모 선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성악팀에도 가입해 성악도 배웠다.

생각을 바꾸고 다시 적극적으로 삶을 살기 시작하니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삶은 자신을 뒤돌아 볼 틈도 없이 항상 바쁘게만 살아왔던 삶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끝없는 삶에 대한 열정

3년 동안 행복감에 젖어 운동과 음악활동을 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늘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단순히 취미활동만이 아닌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한 것.

장애인도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또한 아직 젊기에 또 다른 삶의 목표를 갖고 싶었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아이템으로 잡았다. 그것은 휠체어 등 장애인 전문 용품 판매사업이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사용을 해보고 만족스러운 제품만 팔았다. 또 독일,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장애인 용품 전시회까지 찾아다니며 우수한 장애인 용품을 들여왔다. 이런 열정적인 노력 끝에 그의 회사는 조금씩 알려졌고, 어느새 연 매출 10억원을 올리는 알짜 중소기업으로 우뚝 섰다.

현재 그의 회사 직원 대다수는 장애인이다. 그는 사업이 한 단계 올라설 때마다 장애인만을 꾸준히 채용해왔다. 우수한 능력을 갖춘 장애인들이 장애를 이유로 구직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안타까워, 자신부터 이런 환경을 개선하는데 앞장서고 싶었다. 앞으로의 남은 삶 역시 장애인들의 권익과 복지향상을 위해 쓴다는 게 그의 목표다.

조성욱 대표는 끝없는 삶에 대한 열정과 남을 위한 배려로 산재를 극복했다. 이런 그의 산재 극복 비결이 널리 펴져, 산재의 어두운 그늘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많은 산재근로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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