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욕망(慾望)
장편소설, 욕망(慾望)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01.23
  • 호수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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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진 | 그림, 김주헌
<제4회>
제1부 탐욕의 성(性)

“안녕하십니까? 아침에 전화 드린 장 준식이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전 장경숙, 아니 장 숙경이에요.”

그런데 이 여자는 자신의 이름도 왜 분명하게 밝히지 못하고 더듬거릴까? 혹 사기꾼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준식의 입장에서는 지금 그런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판국에 고용주인 상대편 이름이 뭐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

커피를 마시면서 준식이 준비해 온 서류를 훑어본 숙경은 이 정도면 만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학을 문예 창작과를 나왔으니 글을 잘 쓰겠군요? 하며 빙긋이 웃었다. 좋다는 뜻이었다.

“그럼 오늘부터라도 일을 할 수 있나요?”
“예, 할 수 있습니다. 시켜만 주신다면...”

이렇게 하여 준식의 취직은 어렵지 않게 결정이 되었다. 그는 하늘을 날듯이 기뻤다. 실업자로 놀아 보지 않은 사람은 지금의 준식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준식은 우선 자신의 취직 소식을 서울의 병원에 누워계신 어머니에게 먼저 전하고 싶었다. 전화로 아들의 취직 소식을 전해들은 어머니는 기쁨에 목이 메었다.

“그래, 잘됐다. 야야. 어데 가든지 열심히 해라. 그라고 성실하고 정직해야 한데이. 주인 잘 섬기고. 알았제?”
“예, 알았심니더. 내 걱정 말고 어머니 병조리나 잘 하소. 고마, 그라고 형님하고 형수는 병원에 자주 옵니까?”
“그래, 걱정마라. 가들은 엄마한테 잘 한다.”

준식의 마음 속엔 부잣집 외동딸로 마치 공주처럼 자란 서울의 형수가 시댁을 무시하고 있는 듯싶어 그것이 늘 마음에 걸리곤 했다. 형님이 수도경비사령부에 근무할 때 만난 형수는 처음 시집왔을 때 시골집 화장실이라고 무섭고 더럽다면서 용변도 잘 보지 못하고 음식도 비위생적이라면서 잘 먹지 않고 서울서 갖고 온 빵과 우유만 먹고는 이런 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사느냐고 서울로 빨리 올라가자고 형님을 졸라댄 까탈스런 그런 여자다.

하기야 당시 시골집 화장실이란 게 대개 다 그랬지만 쥐 떼가 들락거리기도 했고 그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가 추격전을 벌이던 썰렁하고 무섭고 음침했던 곳이라 서울에서 어릴 적부터 수세식 좌변기만 사용하면서 곱게 자란 형수가 그런 시골 환경에 적응하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형님이 전등을 들고 형수가 용변을 보러 갈 땐 따라가서 화장실 앞을 지켜주기도 했다. 그때 어린 준식의 눈에는 번쩍거리는 사령관 계급장을 달고 마누라 용변보고 있는 화장실 앞 보초나 서 있는 형님이 참으로 우습기도 했고 한심스럽고 처량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러다 한 번은 형수가 할아버지 제사 때 형님은 부대 사정으로 못 오고 서울서 혼자 내려와 며칠 머무르고 있던 날 밤 그날따라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렸고 바람도 세차게 불었다. 용변은 급한데 무서워서 화장실을 가지 못하고 쩔쩔매던 형수가 고등학생이었던 시동생 준식에게 화장실 앞에 좀 지켜 서 있어 달라고 부탁하고는 용변을 보았다.

그런데 그때 공교롭게도 고양이에게 쫓기던 쥐 한 마리가 그만 형수의 엉덩이 밑으로 파고들었던 것이다. 한참 소변을 보다가 질겁을 하고 놀란 형수는 팬티도 올리지 못한 채 그만 으악! 비명의 소리를 지르면서 바지를 끌고 팬티를 미처 올리지 못하고 쥔 채로 뛰어 나왔다. 그 순간 준식이 들고 있던 후레쉬의 불빛 초점이 본의 아니게 그만 형수의 검은 거웃이 드러난 아랫도리를 비추고 말았다. 어쩌면 좋은가?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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