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욕망(慾望)
중편소설, 욕망(慾望)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02.06
  • 호수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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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진 | 그림, 김주헌

<제5회>
제1부 탐욕의 성(性)

이때 또 한 번 놀라고 당황했던 형수는 마당의 감나무 아래 앉아 부끄럽고 창피스럽고 황당해서 훌쩍거렸으며 준식은 몹시 난처하고 당황스러워 그만 친구 집으로 도망을 가버렸다. 이 사실을 알고 부엌에서 제사 음식을 장만하다가 놀라서 달려온 준식이 엄마는 서울의 부잣집 딸로 곱게 자란 며느리에게 면목이 없어 어쩔 줄 몰라 했다.

“야아! 아가야…. 우짜믄 좋노. 응? 하필 그 노무 쥐새끼가 세상에 내 손주 나올 거기로….”

하면서 다음에 올 때까지는 송아지를 팔아서라도 꼭 수세식 화장실을 만들어 놓겠다고 약속했는데 서울로 올라간 형수는 그때 자신의 치부를 다 큰 시동생에게 그것도 밝은 손전등 불로 다 보여준 그 사건에 대한 수치심과 창피함으로 다시는 시골의 시집에 내려오는 것을 포기해버린 여자가 되었다.

그런 형수가 난치병 들어 치료 받으러 올라간 시어머니를 잘 모실 리가 없다는 생각이 자꾸만 준식의 마음 한 구석에 서글프게 자리 잡고 쉽게 떠나지 않았다. ‘내가 취직이 되면 어머니에게 잘 해드리고 효도를 해야지….’

어머니와 통화를 끝낸 준식은 숙경과 함께 호텔 커피숍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3층 주차장까지 내려오면서, ‘앞으로 나는 이 여자를 어떻게 모시고 잘 섬겨야 할 것인가?’ 하는 그런 생각만 가득했다. 차 키를 넘겨받은 준식이 숙경을 태우고 세련된 운전 솜씨로 까만 벤츠 승용차를 몰고 지하 주차장을 미끄러지듯 빠져 나왔다.

“어디로 모실까요 사장님!”

“응. 오늘은 미스터 장 운전 솜씨나 좀 봐야지. 오늘은 별로 바쁜 일이 없으니까 어디 조용한 바닷가로 가서 싱싱한 회나 좀 먹지. 응, 참 저기 정자에서 감포 쪽으로 가는 해변도로를 주욱 따라가요 가다보면 지금은 경주시로 편입 되었지만 월성군 양남면 이라는 어촌이 있어요. 그쪽으로 가 봐요.”

“예, 알겠습니다. 그곳에 월성 원자력 발전소가 있지요?”

“네, 미스터 장 그곳을 잘 알아요?”

“예, 거기 원전이 들어서고 제 고등학교 때 친구가 그곳에 근무하고 있어 몇 번 놀러가 본 적이 있습니다.”

“응, 그렇구먼. 난 어릴 적 그러니까 중학교 다닐 때 엄마 따라 그 바닷가에 가봤어. 우리 엄마 안태 고향이 그곳이거든. 말하자면 나의 외가가 있던 곳이지. 지금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다 돌아가시구 외삼촌은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만 이상하게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어지네.”

“예, 알겠습니다. 그리로 모시겠습니다.”

두 사람은 차 속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숙경은 준식의 가정환경이며 가족관계 등을 묻고 취미와 결혼관을 묻기도 했다. 넓고 넓은 정자에서 양남까지 이어진 파란 바다에는 파도가 철석이고 그 파도 위로 갈매기 떼들이 짝을 지어 훨훨 날고 있었다.

 


한참 후 신선 횟집이란 간판이 붙은 깨끗한 횟집으로 안내 받고 들어간 두 사람은 차를 주차장에 세워 두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방에 들어갔다. 저만치 널따란 바위 위에는 낚시꾼 몇 명이 평화롭게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숙경이 핸드폰으로 어딘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는 사이에 준식은 돌아 앉아 창문을 열고 저쪽 방파제 너머로 우뚝 서 있는 등대를 바라보았다.

3년 전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갑자기 보고 싶다. 아버지가 20여 년간을 천직인 양 근무했던 곳이 저런 등대였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까지 방학이면 아버지는 막내아들인 나를 가끔 등대로 데려 갔었지.

우리 아버지는 참 어지신 분이고 법 없이도 살아가실 분이었지…

새삼 아버지가 보고 싶어졌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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