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량 16만4000리터, 인근 바다 수십km 오염
안전속도 무시 등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인재
유조선이 부두 인근의 송유관을 들이받아 막대한 양의 기름이 바다로 유출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9시35분경 전남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 2부두에서 싱가포르 국적의 유조선 W호(16만여t급)가 여수 한 석유업체의 송유관을 충돌했다.
이 유조선은 도선사 2명과 접안선 4대의 도움을 받아 여수시 낙포각 원유 2부두에 접안을 시도하던 중 정상 항로에서 왼쪽으로 약 30도 가량 벗어나 부두로 돌진해 송유관을 들이받았다. 사고 직후 곧바로 송유관을 잇는 밸브를 잠갔지만 파손된 배관 3곳에 남아있던 기름이 유출돼 바다로 흘러나갔다.
다행히 사고 유조선에서 기름이 유출되지 않았고 인명 피해도 없었지만, 예상보다 많은 기름이 유출돼 인근 바다를 빠르게 오염시켰다. 사고 석유업체와 여수시, 경찰에 따르면 송유관에서 유출된 기름의 양만 16만4000리터에 달한다.
대부분의 굵은 기름띠는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방제작업으로 대부분 제거됐지만 엷은 기름막의 경우 사고 지점에서 20㎞가량 떨어진 한려해상 국립공원 오동도 주변까지 확산됐다.
5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해상의 유막은 대부분 사라진 상태이나, 기름으로 피해를 입은 해안의 방제작업은 앞으로도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무리한 접안 시도가 사고 원인
현재까지의 경찰 조사결과, 사고를 낸 유조선이 접안 당시 지켜야 할 안전속도(2~3노트)를 무시하고 약 7노트의 속도로 무리하게 접안을 시도해 충돌한 것이 사고 원인으로 드러났다.
김상배 여수해경 서장은 지난 3일 중간 수사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여수항 도선사지회 소속 도선사 2명이 탑승해 원유부두로 접안을 시도하던 중 안전속도를 넘어 약 7노트의 속도로 무리하게 접안을 시도해 충돌한 것이 사고 원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김 서장은 “사고 선박 관계자와 도선사 등 관련 책임자의 과실에 대해 관계법령에 따라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철저한 보강수사를 통해 정확한 유출량과 관련자들의 책임을 명확히 규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 유감 표명
한편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은 여수 앞바다 기름유출사고와 관련해 유감을 표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여수 앞바다 기름유출 문제는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데다가 사후 대처가 미흡했던 점이 매우 유감”이라며 “신속하게 대처하고 세심하게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사고를 대처하는 데 있어 최우선 방법은 사전 예방을 철저히 하는 것이고 그것이 국민의 피해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과거부터 대형사고들을 보면 사전에 문제점들에 대한 지적이 많았지만 근본적인 대책과 사후처리가 미흡했던 것들이 대부분이었으니 올해는 그런 관행부터 바꾸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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