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욕망(慾望)
중편소설, 욕망(慾望)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02.12
  • 호수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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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진 | 그림, 김주헌
<제6회>

제1부 탐욕의 성(性)

자상하신 아버지는 하모니카를 유난히 좋아하셨고 갈매기가 떼를 지어 나르고 파도가 출렁이는 그 바다를 바라보며 아버지는 늘 하모니카를 부셨다. 나는 하모니카 반주에 따라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등대지기’라는 노래를 즐겨 불렀었지.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잠자고 한겨울에 거친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무척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자 준식의 마음 속에 애잔한 감정이 치솟아 공연히 콧날이 찡해왔다.

 


“미스터 장, 벤츠 모는 솜씨가 퍽 노련한데요. 많이 몰아봤나 봐.”
“예, 군대 생활할 때 한 번씩 몰아 봤습니다. 사단장 사모님 차가 벤츠였거든요.”

“아니, 군대 사단장 집에도 외제차가 있나요?”
“예, 공식적인 것은 아니고 사단장은 육본에서 배정된 국산 승용차를 타지만 사모님은 꼭 벤츠를 타셨지요.
잘은 모르지만 군부대 부정비리가 좀 많습니까? 육군 대장이 구속되는 세상이니까요.”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싱싱한 생선회와 술상을 겸한 밥상이 들어왔다. 준식은 운전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고 식사를 하고 숙경은 이날 무슨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대낮부터 술을 마셨다. 뭔가 쓸쓸함의 그늘이 그녀의 양 어깨에 드리워져 있었다.

침묵이 흘렀다. 잠시 전 사단장 부인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준식의 머리에는 지난 날 군대 생활 때 인사 장교였던 형님 덕으로 사단장실 근무로 배속되었다가 그곳에서 사단장 부인의 외제 자가용 승용차를 한 번씩 운전했던 아련한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왔다.

어느 휴일 하루는 사모님이 여고 동창회에 가면서 벤츠를 몰고 가자고 하여 간 적이 있었는데 참으로 아니꼬운 일을 당하기도 했다.

“이봐, 장 소위! 장 소위는 참 미남이야. 애인 있어?”

이렇게 반말을 찍찍 하면서 마치 하인 대접하듯 하던 그 여자는 남편은 별 두 개를 달았는데 자기는 별이 서너 개나 달린 듯, 영관급 장교 부인들을 마치 파출부 부리듯 하던 여자이다.

그날 저녁 술이 떡이 되어 차에 내리면서 운전석에 앉아 있던 나의 넓적다리 가운데로 손을 쑥 집어넣던 음탕스런 일이며 한 번만 안아 달라고 눈꼬리를 치면서 천박스런 화냥끼를 부리던 여자. 나이트클럽에 가서 술 한 잔 하자고 치근대던 여자. 그런 여자가 이 나라 투 스타 장군의 아내였다.

그때 내 입에서는 “씨팔 이러니까 이 놈의 나라가 잘 될 턱이 있나.” 더러워서 못 해먹겠다는 욕설이 저절로 튀어 나오곤 했었지.

생선회를 먹으면서 잠시 지난 날 군대 시절이 회상 되어 쓴 웃음이 나왔고 준식의 실없는 쓴 웃음에 숙경은 마치 자기가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있으니 한심스럽게 보고 비웃나 싶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콜라 잔에다 약간의 술을 부어 준식에게 내민다.

“미스터 장! 내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요?”
“아닙니다. 궁금하긴요.”

그러면서 숙경은 자신의 이름이 왜 두 개나 되는지 묻지 않았는데도 그것부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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