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기독교인 등 33명, 성지순례 갔다가 참변
위험지역 무리한 여행, 예고된 재앙 지적 이집트로 성지순례를 떠났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폭탄테러에 의해 희생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6일 오후 2시 40분경 이집트 타바 국경부근에서 한국인 관광객과 여행사 가이드 등 33명이 탑승한 관광버스가 테러로 인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3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들은 샤름 엘 셰이크 병원을 비롯한 현지 병원에 분산돼서 치료 중이며, 다행히 이들 중 생명이 위중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버스에는 충북 진천에 있는 모 교회의 성지순례단 31명과 가이드 2명 등 한국인 30명과, 이집트인 운전기사 1명 등 33명이 탑승한 상태였다. 이들은 교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지난 10일 이집트와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떠났으며, 시나이 반도 중부의 성 캐서린 수도원 유적지를 둘러보고 이스라엘로 출국 절차를 밟던 중 참변을 당했다. 이번 폭탄 테러로 숨진 한국인은 신도 김 모(63·여)씨와 가이드 2명 등 3명으로 전해졌다.
사고 즉시 외교부는 주 이스라엘 대사관, 주 이집트 대사관 소속 영사 등을 현지로 급파했으며, 재외국민보호대책반을 구성해 대책을 강구 중이다. 또 이집트 시나이반도 내륙 및 아카바만 연안(기존 여행경보단계 3단계 지역)에 대해 여행금지를 권고하는 ‘특별여행경보’를 발령했다.
잔혹한 테러에 대한 세계 각국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UN안전보장이사회는 16일 긴급 성명을 채택, 테러범들을 단죄할 것을 강조하는 한편 이번 테러로 인한 희생자 가족에게 조의를 표하고, 우리 국민과 정부를 위로했다.
정부의 선제적인 대책 필요
이번 버스 테러 사건과 관련해 예고된 재앙이었다는 지적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이집트처럼 치안이 불안한 지역으로의 단체관광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데도 정부가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와 함께 잇속에만 눈이 멀어 순례객이나 관광객을 위험지역으로 내모는 일부 여행사들의 악질적인 행태도 우려를 낳고 있다. 종교계와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성지순례의 경우 그 특성상 길게는 2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10명에서 30여명 정도 팀을 꾸려 가게 된다. 준비 기간이 긴 만큼 테러나 전쟁 등 위험 요인이 많더라도 그대로 진행을 하려는 경향이 크다.
이에 대해 현지 사정에 밝은 여행사 등이 만류를 하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해약으로 인한 손실을 우려해 이런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밖에 “설마 무슨 일이 발생하겠어?”하는 일부 관광객의 안전불감증도 문제다. 이번에 테러가 발생한 곳은 이전에도 테러가 자주 발생한 지역이다. 대표적으로 2004년 타바 힐튼 호텔에서 폭탄이 터져 이집트인과 이스라엘인 34명이 숨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안전한 지역으로만 여행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여행사, 관광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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