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욕망(慾望)
중편소설, 욕망(慾望)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02.19
  • 호수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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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진 | 그림, 김주헌
<제7회>
제1부 탐욕의 성(性)

“원래 내 이름은 경숙이에요. 장 경숙. 삼사십여 년 전 우리나라 여자 아이들 이름이 대부분 그랬듯이 금지옥엽처럼 예쁘고 귀여우라고 금옥이, 금실이, 옥화, 옥희, 경자, 영옥, 영자, 경숙이니 하는 그런 이름이 상당했지.

난 너무 흔한 경숙이란 내 이름이 싫어서 대학 2학년 때 이름을 반대로 뒤집어 버린 거야. 그래서 내 운명이 이렇게 뒤집혀버린 건지 모르지만... 경숙을 숙경으로 말이야. 맑을 숙, 볼 경자로 내 딴엔 세상을 좀 맑게 만들어 보고 싶었던 가봐. 호호... 그랬더니 친구들도 몇몇이 나 따라서 이름을 뒤집어 버렸어요. 무슨 유행병처럼... 우습지요?

영자가 자영이로, 경자가 자경이로... 제법 세련된 느낌이 들고 다들 잘했다고 하더라구... 부모님은 반대셨지만... 그건 아마도 20대 초반 겁 없던 시절 이유 없는 반항들이었겠지.”

숙경의 얼굴에 술기운이 점점 불그스름하게 배어 들고 있었다.

“난 대학, 그것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문 대학 국문과를 졸업하고도 그럴 듯한 문학 작품 하나 써보지 못한 채 좋은 신랑감 있다는 중매쟁이 성화로 곧바로 결혼을 했어. 당시 2선 국회의원 아들하구... 다들 시집 잘 간다고 부러워들 했지만 사실은 너무 일찍 결혼한 것, 그게 내 인생의 불행 출발점이었지.

신랑은 건설 사업한다고 은행 돈 여기저기 자기 아버지 힘 빌려 빼내어 겁도 없이 일을 벌이더니 어느 날 시아버지께서 교통사고로 쓰러지자 그냥 무너지기 시작하더라구. 우리 엄마 돈도 수억 가져가고... 결국 그 사람은 거액의 부도를 내고 구속을 피해 미국으로 도주를 해버렸지. 엄마는 병원에 누워 있구. 그 당시 내가 겪은 시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지... 신혼살림 가재도구까지 모두 압류 딱지가 다 붙고...

 



그런 와중에 그 사람은 미국에서 재미교포 돈 많은 독신 여자와 사귀었던가봐. LA에서 새 살림을 차리고... 기가 막히더군. 난 결국 결혼에 실패한 여자가 되었지. 정말 창피하구 자존심이 상해서 무작정 서울을 떠난 거야. 눈물을 머금고,..

친정 엄마에게 얻은 돈으로 대구 서문 시장 부근에다 식당 하나를 내고 난 악착같이 돈을 벌기 위해 고리대금업을 시작했지. 그러다가 사기꾼의 농락으로 또 한 번 큰 어려움을 당하게 되었는데 내 대학 동기 중 박금옥이란 고마운 친구가 날 도와주어서 난 다시 일어날 수 있었어.

마음이 천사 같은 그 친구 신세를 아직 못 갚고 있지만 언제고 꼭 그 친구를 찾아 은혜를 갚아야지. 내가 이 지방으로 온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지. 그 친구는 지금 이 지역 어디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데... 꼭 한 번 찾아가 신세를 갚아야 할 터인데...”

숙경이는 이야기 도중에 가끔 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또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배를 빨고 있는 숙경의 입술 루즈는 흑장미 색이었고 조그마한 입술이 유난히 매력적이고 예쁘게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준식은 그 입술을 뜨겁게 한 번 빨아 당기고 싶은 그런 충동을 느꼈다 아무리 봐도 색골 같은 여자, 저런 여자가 침대 속에 들어가면 남자를 죽인다는 그런 여자 같다.

“미스터 장, 나 참 주책이죠? 첨 만난 남자 앞에서 온갖 수다 다 떨고 있으니...”
“아, 아닙니다. 저는 바쁜 일도 없는데요, 뭐...”

“참, 나보다 열 살이나 연하이니 내가 말을 좀 놓아도 되겠지? 미스터 장.”
“그럼요. 말씀을 낮추십시오. 친동생처럼 생각해 주시면 저도 마음이 편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나도 외로운 여자니까 앞으로 미스터 장을 내 친정 동생처럼 생각하고 말을 놓을게. 이해할 수 있겠어? 미스터 장도 날 친누나처럼 그렇게 생각해. 그래야 더 친숙해질 것 같아서 그래.”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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