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모의 세상보기(31)
박근혜 대통령은 평소 산업안전 문제에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안전 등 다른 분야 안전에도 역대 대통령들 중 가장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하다. 최근에 있었던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소설보다 더 기막힌 염전노예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한마디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일반 국민들은 강 건너 불구경 같이 여길지 모르나 대통령은 그게 아니었다.
먼저 그 사건의 개요부터 한번 살펴보기로 한다. 서울역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대판 노예시장’ 브로커 이야기다.
브로커들은 노숙인들에게 의식주 제공에 용돈, 담배까지 준다고 설명하며 유인했다. 박 모 씨(48)는 “2년 전 밥도 주고 재워주며 담배까지 준다는 말에 속아 서울역 앞에서 승합차를 타고 신안에 있는 염전에 도착했다”며 “처음 출발할 때는 그리 힘든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막상 가보니 사람으로서 견디기 힘든 중노동에 밥도 제대로 주지 않고 게으름을 피운다고 몽둥이로 때리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밝혔다. 박 씨는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를 저는 바람에 염전에서 쫓겨나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브로커들은 노숙인들을 염전 등지로 끌고 간 뒤 술, 여자 등을 제공해 빚을 지게 한 뒤 ‘족쇄’를 채우기도 했다. 임모 씨(43)는 “신안에 도착하니 술도 주고 여자와 잘 기회도 준 뒤 이를 핑계로 600만 원의 빚을 만들어 월급도 주지 않고 일을 시켰다. 그것을 갚기 위해 아무 말 없이 몇 년간 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브로커를 따라 섬에 도착한 노숙인들은 월급도 받지 못하고 툭하면 폭행을 당하며 일해야 했다. 정 모 씨(45)는 “같이 노숙을 했던 동료는 ‘서울 근처 가방공장에서 일하면 200만 원을 준다’는 말에 속아 섬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개 사료를 끓여 밥으로 줬으며 배가 고파 집에 보내달라고 하자 3일 정도 굵은 몽둥이로 온몸을 두들겨 팼다”고 말했다.
3년 전 신안군 지도읍의 한 김양식장에서 탈출했다는 이 모 씨(45)도 “그곳에서 하루 종일 감시를 받으며 일하다가 겨우 빠져나왔는데 이웃 김양식장에서 60대 장애인이 3년간 폭행을 당하며 돈 한 푼 받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런 일련의 뉴스를 접한 대통령이 노(怒)한 것이다. 관계 당국에 엄명을 내렸다. 소설보다 더한 인권유린 실태를 뿌리 뽑도록 하라고…. 참 잘한 일이다. 이런 인권유린 문제가 없어져야 사회 저변 안전이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대통령은 생각한 듯싶다.
<작가,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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