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진 | 그림, 김주헌
<제8회> 제1부 탐욕의 성(性)
그리고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래서 난 그때 꽤나 많은 돈을 벌었어.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 친목계원 친구들이 심심한데 카바레 놀러 한 번 가자는 거야. 나는 춤은 잘 추지 못했지만 흉내는 낼 정도였고 젊은 여자가 혼자 살면서 느끼는 외로움, 그에 따른 스트레스 등 그런 것을 좀 해소시켜 보려고 따라 나서본 거야. 그때부터 가끔씩 나간 카바레 출입, 그것이 내 인생에 또 한 번 큰 변화를 가져온 거지. 말하자면 대추락이랄까...
하기야 남편이 버젓하게 있어도 상당수 여자들이 대낮에 혼외정사를 즐기고 바람을 피우기 위해 러브호텔에 드나드는 걸 예사로 생각하는 세상인데 혼자 사는 몸, 그것도 돈도 학벌도 인물도 재산도 남부럽지 않은 내가 왜 왕조시대 여인처럼 수절을 하고 외롭고 고독하게 살아가야 하느냐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더라구.
그래서 카바레를 나갔지. 그때 우연히 춤으로 만난 한 남자가 또 한 번 내 운명을 전락시켜버린 거야.
제비족 춤쟁이를 믿은 내가 바보였지만 어쨌든 그 인간은 죄 없는 나를 캄캄한 절망의 바다로 밀어 넣어버린 거야.
훤칠한 키에 호남 형으로 잘생긴 인물이었고 춤에 관한 한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남자였지. 차도 최신형 고급차만 타고 다니고 여자들 앞에서는 돈을 물 쓰듯 하면서 으스대기 좋아하는, 한 마디로 건달 중에 상건달... 흔히 말하는 왕 제비족이었어.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 사람에게 어떤 인간적인 애정이나 인격적인 존경보다는 육정을 느꼈었지.

거기에 내가 바보처럼 빠져 들었고 그 남자 춤과 육정에 넘어간 거야. 그 사람의 춤 기술은 말할 것도 없고 잠자리의 테크닉은 몇 년간 돈 번다고 남자 모르고 살아온 나의 영혼과 육체를 뒤흔들어버린 거지. 춤, 섹스 그것 참 웃기는 거야, 제 마누라하고는 정식 이혼을 했다고 아무 걱정 말라고 큰소리치던 인간이 컴퓨터 관련 무슨 신기술 벤처 기업을 시작한다면서 내 돈을 야금야금 빼가더니 심지어 내 인감도장까지 훔쳐가서는 식당 옆에 있던 당시 시가 2억이 넘는 택지 3백평도 서류 위조를 해서 팔아먹고는 어느 날 종적을 감추어버린 거야.
기가 막히더라구. 그래서 나는 그 사기꾼을 찾아 전국을 해매었지. 그 인간은 내 예측대로 춤 기술을 미끼로 뭇 여자들을 농락하고 다녔어.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글쎄 강원도 속초 설악산 부근에다 제 마누라 명의로 큼직한 러브 모텔 하나를 사두고는 인근 카바레를 드나들며 여전히 제비족 노릇을 하더군.
나는 간신히 그 인간을 붙잡아 경찰에 연행시킨 거야. 인감 도용과 사기죄로 그랬더니 제발 고소취하만 해주면 모텔을 하나 팔아서라도 내 돈을 다 갚아 주겠다고 손을 비비며 빌기에 인간이 불쌍해서 고소취하를 해주었지.
그게 또 실수였어. 난 법률 공부는 안했거든. 한 번 취하한 사건은 새로운 추가 증거 없이는 새로 고소할 수 없다는 것을 그 놈은 악용한 거야.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그야말로 또 내 뒤통수를 친 거지. 돈의 변제는 고사하고 물에 빠진 놈 건져 주니까 내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으로 이젠 제 마누라를 시켜 나를 간통죄로 걸어 넣는다고 협박을 하더군. 어이가 없었어.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난 할 말을 잃어버렸지.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어 난 비장한 결심을 한 거야. 도무지 감정 억제가 안 되더라 구. 그래서 내가 그 인간을 역습적으로 꼬신거지.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하룻밤만이라도 자기 품에 편히 안겨 자고 갔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그러면 갖고 간 돈도 다 포기하겠다는 각서라도 쓰겠다고 했지.
그러자 그 놈은 얼씨구나 하고 아직도 내가 저에게 어떤 미련이나 애착이 남아서 매달리는 줄 알고서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는 그럼 진작 그럴 것이지 하면서 능글거리는 웃음을 흘리더니 나를 택시에 태워 강릉 경포대 쪽으로 끌고 가는 거야. 한 턱 쏜대나 어쩐대나...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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