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욕망(慾望)
중편소설, 욕망(慾望)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03.19
  • 호수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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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진 | 그림, 김주헌
<11회>
제1부 탐욕의 성(性)

“사장님은 지금도 아름다운 미인이지만 이십대는 정말 대단 하셨겠어요.”

“사실 내 자랑 같지만 나 대학시절 메이퀸으로 뽑히기도 했어. 우리 엄마 인물이 보통이 아니셨거든. 다들 나보구 엄마 닮았다구. 이 바닷가에 그런 미인이 탄생한 줄은 아무도 모르리라. 그런데, 그런데, 난 지금까지 뜨겁고 아름다운 사랑 한번 못해봤어. 어릴 땐 무지 똑똑하고 예쁜 부자집 딸이라는 수식어가 늘 내 곁을 따라 다녔지만 그게 진정 행복은 아니었어.

 


철이 들고 나이가 들면서 만난 남자들. 지금껏 내 몸과 내 영혼을 밟고 지나간 남자들. 한 마디로 다 돈의 노예들이었어. 왜 오로지 돈 밖에 모르는 그런 사람들 있잖아. 돈이라면 정신을 못차리는 사람들 준식인 절대 그렇게 살지마. 그러면 사람 추해져. 사람은 사람냄새가 나야지. 돈, 물론 필요한 거야. 하지만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거든. 나도 돈은 있어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그런데 말이야 난 내 영혼을 흔들어준 그런 뜨거운 사랑을 한번두 못해 봤어. 그게 한이야.

내 친구 중에 한 친구는 대학강사로 나가는 친군데 남들 보기에는 시댁 가문도 좋고 남편 인물도 직장도 좋아 행복한 부부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무척 외로운 삶을 살아. 남편의 애정결핍증.

그러다 어느날 우연히 30대의 한 로맨틱한 시인을 만나게 되었고 뒤늦은 사랑을 하는데 마치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데요. 물론 남편도 모르고 상대편 부인도 모르는 불륜이지만 그들은 그걸 불륜이라기 보다 그게 더 솔직하고 진실하고 뜨거운 사랑이라는 거야. 언젠가 나도 한번 그런 뜨거운 열정을 지닌 남자 만나 고고한 사랑 술에 푹 한번 취해 봤음 좋겠어. 좀 더 늙기 전에 호호호 그게 내 인생에 마지막 술잔이 될지라도 말이야“

그러자 준식이 빙그레 미소를 띄우면서

“저어, 칼 윌슨이라는 영국시인이 쓴 ‘렛 미 그로우 러블리(Let Me Grow Lovely)’ 라는 시 아십니까?”
“응, 학창시절 세계 명시집이던가 언뜻 한번 본 듯 싶은데, 자세한 기억은 안나지만 그게 아마 ‘아름답게 늙어가게 하소서’ 라는 시였지 아마. 그래 준식이 그 시 구절이 기억나면 한번 읊어봐.”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게 하소서.
해야 할 좋은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레이스와 상아와 황금
그리고 비단도 꼭 새것만이
좋은 건 아닙니다.
오래된 나무가 더 멋있고
오래된 거리에 서정이 깃들듯이
그처럼 나도 나이 들어가면서
더욱 아름다워지게 하소서.

“참 좋은 시죠? 내가 왜 이 시가 문득 생각났냐 하면요. 사장님 지금 모습이 꼭 칼 윌슨이 쓴 이 시의 주인공 같아서요.”

“오, 그래? 정말 그렇다면 감동이네. 준식이 같은 멋진 남자 앞에 그런 멋있고 아름다운 시의 주인공 같이 보였다니까. 그래 정말이야. 난 내 지난날의 험난했던 삶 다 잊어 버리구 이제 남은 내 인생을 좀 더 멋지게 살고 싶어.

메마른 내 영혼의 밑바닥에 훨훨 타오르는 모닥불을 지펴줄 사람을 만나면 생명을 걸고 사랑 한번 해보고 싶거든. 남편의 애정이 식어버린 내 영혼과 육신에 뜨거운 온천수가 솟아오르도록 펌프질 해줄 남자, 그런 남자 만나서 단 몇 년만 이라도 그렇게 진한 사랑의 테크닉을 맛보다가 세상을 떠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새 저만치 월성 원자력 발전소 직원들의 퇴근 행렬이 줄을 이은 시각이 되어서 그런지 양남 바닷가 마을은 또 다른 밤의 생기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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